鄧, 천안문시위때 정권붕괴 우려…美서 당시회의 문서출간

입력 2001-01-06 19:21수정 2009-09-2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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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당시 중국의 최고 권력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과 핵심 측근들의 대책회의 내용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중국 관리 출신의 한 중국인이 유출한 이 문서가 최근 미국에서 ‘톈안먼 페이퍼:중국 지도부는 국민에 대해 무력사용을 결정했다’는 제목으로 출판됐다. 그 골자가 7일 CBS방송의 시사프로그램 ‘60분’을 통해 방영되며 계간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1, 2월호)에도 실렸다.

톈안먼 사태는 후야오방(胡耀邦)총서기가 사망한 89년 4월15일부터 시작돼 6월4일 인민해방군이 무력진압, 수백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6일 뉴욕타임스지와 AP통신에 따르면 덩샤오핑은 “사태가 계속되면 공산정권은 무너지고 우리는 가택연금을 당하게 될 것”이라며 불안해했다.

책에는 강경 진압책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중국 지도부 사이에 설전이 오갔으며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한 권력투쟁이 벌어졌음을 시사하는 생생한 발언들이 나온다.

덩샤오핑은 회의가 끝난 뒤 온건론을 폈던 자오쯔양(趙紫陽)공산당 총서기와 후치리(胡啓立)정치국 상무위원 등을 시위대를 지지했다며 숙청했다.

대신 자신의 지침을 충실히 집행한 장쩌민(江澤民) 당시 상하이(上海)시 당서기를 당 총서기로 발탁했다. 포린어페어스지는 극비문서 유출이 2002년과 2003년에 있을 중국 지도부 교체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회의내용 요약.

▽5월16일 당 정치국상무위원회 회의록(참석자 자오쯔양, 리펑·李鵬, 차오스·喬石, 후치리, 야오이린·姚依林 등 상무위원 5명과 양상쿤·楊尙昆 국가주석, 당 원로 보이보·薄一波)

―자오쯔양〓학생들의 단식투쟁이 4일째 계속되고 있다. 학생 대표들과 대화를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시위대가 너무 흥분해 있어 대표들도 통제력을 잃었다고 한다.

―양상쿤(당시 국가주석)〓최근 며칠 베이징은 무정부 상태다. 역사적인 중소 정상회담을 개최하는데 환영인사를 톈안먼광장에서 못하고 공항에서 했다.

―자오쯔양〓내가 북한에서 돌아와 보니 시위를 동란으로 규정한 4월26일자 인민일보 사설이 학생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고 각계각층의 강력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사설을 수정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리펑〓쯔양 동지, 그렇지 않다. 사설은 학생들 전체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감정을 이용하려는 소수를 겨냥한 것이다. 설사 많은 시위대가 사설을 오해하더라도 사설은 진실을 알리는 중요한 목적을 잘 수행했다.

―자오쯔양〓우리는 이번 학생 시위의 성격을 샤오핑 동지에게 잘 설명하고 시위에 대한 당의 공식 견해를 수정해야 한다.

▽5월17일 덩샤오핑의 집(16일 회의 참석자와 덩샤오핑)

―덩샤오핑〓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물러서느냐, 아니면 나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안정이 없이는 민주주의도 불가능하다. 현재는 문화혁명 때처럼 전면적인 내전 상황이다. 숙고한 끝에 나는 인민해방군을 투입해 시위대를 해산하고 베이징에 계엄령을 선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오쯔양〓결정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좋다. 그러나 샤오핑 동지, 나로서는 그 같은 계획을 수행하기가 어렵다.

―덩샤오핑〓소수는 다수에 복종해야 한다.

―자오쯔양〓알았다. 당의 명령에 따르겠다.

▽5월21일 덩샤오핑과 국가원로인 천윈(陳雲) 리셴녠(李先念)의 대화

―덩샤오핑〓최근 사태에서 자오쯔양은 분명하게 동란을 지지했다. 그로 인해 당이 분열되고 있다. 그를 더 이상 그 위치에 둘 이유가 없다. 후치리도 더 이상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 맞지 않는다.

―천윈〓리셴녠 동지는 상하이의 장쩌민 당서기를 추천했다. 내가 봐도 그는 박학하고 온건하며 당성이 강한 인물이다.

―리셴녠〓상하이는 당 중앙의 지침을 매우 충실히 따르고 있다. 장서기는 경제도 잘 알고 있고 당에 대한 충성심도 강하다.

▽5월27일 덩샤오핑 집(덩샤오핑과 펑전·彭眞, 양상쿤, 보이보, 천윈·陳雲, 리셴녠·李先念, 왕전·王震 등 원로)

―덩샤오핑〓톈안먼을 천윈동지와 둘러봤다. 새 지도부가 구성돼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반대가 없다면 리펑 차오스 장쩌민 야오이린 쑹핑(宋平) 리루이환(李瑞環)을 정치국 6인 상무위원으로 하겠다.(장쩌민을 총서기로 리펑을 상무위원으로 지명한 것은 원로들의 거수로 승인됐다.)

▽6월2일 당중앙판공실

―리펑〓공안부와 베이징시당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시위주도자들이 계엄령이 선포되면 톈안먼을 지휘부로 삼아 당과 정부에 맞서려 하고 있다. 미대사관에 고용된 자들이 공격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면서 동란이 시작됐다. 일부는 미 CIA요원이다.

―덩샤오핑〓미국 등 일부 서방국가는 인권을 내세워 우리 제도를 비판한다. 우리가 경제적 개혁만을 허용하고 정치를 개혁하지 않는다는 세력이 있는데 틀린 말이다.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 아래 정치개혁을 추구하고 있다.

―양상쿤〓군대는 이미 인민의사당에 진입해 있다. 군인들은 톈안먼을 청소할 준비가 돼있다.

―리펑〓나는 즉각 톈안먼 광장을 청소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덩샤오핑〓여러분의 제의에 동감하고 오늘밤 계엄군이 정리작전에 돌입할 것을 제의한다.

〈윤양섭·홍성철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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