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고어 승부 갈린뒤 첫 회동…앙금 못푼듯

  • 입력 2000년 12월 20일 18시 50분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혈투’를 벌였던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와 앨 고어 부통령이 대선 후 5주간에 걸친 지루한 법정다툼 끝에 승부가 갈린 뒤 19일 처음으로 얼굴을 맞댔다.

부시 당선자는 사흘간에 걸친 워싱턴 방문의 마지막 일정으로 이날 오후 부통령 관저를 방문해 고어 부통령과 만났다. 고어 부통령은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리무진 편으로 관저에 도착한 부시 당선자를 영접, 악수를 나눈 뒤 곧 바로 함께 관저로 들어갔다.

이 때 기자들이 무슨 대화를 나눌 것인지를 묻자 고어 부통령은 “사적인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20분간의 회동이 끝난 뒤 고어 부통령의 측근들은 그가 대선으로 인한 국론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부시 당선자에게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대화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대선 동안 쌓인 감정의 앙금을 다 털지 못해 결국 형식적인 만남에 그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앞서 부시 당선자가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는 빌 클린턴 대통령과 2시간에 걸쳐 북한 문제 등을 논의하며 우호적인 분위기여서 대조적이었다.부시 당선자와 고어 부통령은 10월 3차례 TV토론회에서 가시 돋친 설전을 펼치는 등 대선 내내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고어 부통령은 공개적으로 부시 당선자의 지적 능력을 폄훼해 왔고 부시 당선자는 고어 부통령이 건방지다는 반응을 보여 왔던 것. 이로 인해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인 두 사람의 화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만날 일이 별로 없어 결국 이날 회동은 ‘짧은 만남에 긴 이별’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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