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당선자는 사흘간에 걸친 워싱턴 방문의 마지막 일정으로 이날 오후 부통령 관저를 방문해 고어 부통령과 만났다. 고어 부통령은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리무진 편으로 관저에 도착한 부시 당선자를 영접, 악수를 나눈 뒤 곧 바로 함께 관저로 들어갔다.
이 때 기자들이 무슨 대화를 나눌 것인지를 묻자 고어 부통령은 “사적인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20분간의 회동이 끝난 뒤 고어 부통령의 측근들은 그가 대선으로 인한 국론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부시 당선자에게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대화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대선 동안 쌓인 감정의 앙금을 다 털지 못해 결국 형식적인 만남에 그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앞서 부시 당선자가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는 빌 클린턴 대통령과 2시간에 걸쳐 북한 문제 등을 논의하며 우호적인 분위기여서 대조적이었다.부시 당선자와 고어 부통령은 10월 3차례 TV토론회에서 가시 돋친 설전을 펼치는 등 대선 내내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고어 부통령은 공개적으로 부시 당선자의 지적 능력을 폄훼해 왔고 부시 당선자는 고어 부통령이 건방지다는 반응을 보여 왔던 것. 이로 인해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인 두 사람의 화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만날 일이 별로 없어 결국 이날 회동은 ‘짧은 만남에 긴 이별’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