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육군장관 "노근리사건 발포 상부지시 증거없다"

  • 입력 2000년 12월 15일 19시 43분


미 육군은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발생한 노근리사건을 1년여에 걸쳐 조사했으나 당시 상급부대의 발표 명령이 있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루이스 칼데라 육군장관(사진)이 14일 기자들에게 밝혔다.

칼데라 장관은 이날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는 미 육군의 노근리사건 조사 결과에 대해 미 고위 당국자로는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칼데라 장관은 “미 육군은 그동안 100만건 이상의 문서를 조사하고 노근리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갖고 있는 수백명과 인터뷰를 해 당시 사건에 대해 좀더 자세하게 알게 됐다”며 “당시 상급부대로부터 어떤 명령이 하달됐다는 것을 확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칼데라 장관은 미군 병사들이 노근리에서 민간인을 살해한 것은 확실하다고 믿느냐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나는 그곳에서 인명의 손실이 있었으며 그것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익명의 미 행정부 관리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한국관리들이 미군이 노근리에서 민간인에게 총기를 발사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상호 이해(mutual understanding)’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 전에만 해도 미 육군은 미군이 노근리 민간인 학살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칼데라 장관은 미 육군의 노근리사건 보고서가 이달 말쯤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AP연합>

▼대책위 "발포명령 증언있다"▼

이에 대해 노근리미군양민학살대책위(위원장 정은용·鄭殷溶)는 성명을 내고 “당시 노근리에서 우리 피란민에게 총을 쏜 미국 참전군인 레빈 등이 최근에도 ‘사단보다 더 높은 곳에서 발포 명령이 있었다’고 증언하는 등 지금까지 많은 미군들이 상부의 발포명령을 받고 총격을 가했다고 증언하고 있다”며 “미국측의 발표는 거짓”이라고 밝혔다.대책위는 18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변호인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측이 노근리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항의한 뒤 정확하고 성실한 조사를 촉구할 계획이다.

<영동〓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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