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조시 W부시]텍사스 한국공장에 특별한 관심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8시 42분


《제43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의 인간됨됨이와 업무 스타일을 잘 아는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다. 이승환(李承桓·텍사스주 오스틴 법인장)삼성전자 부사장은 부시 당선자를 잘 아는 흔치 않은 한국인 중의 한 명으로 꼽힌다. 이부사장이 14일 동아일보에 그의 면모를 소개하는 글을 기고했다.》

부시 당선자는 워싱턴 중앙정계에서는 활동한 경험이 전혀 없는 정치신인에 속한다. 국제 사회에는 더욱 알려지지 않아 향후 어떤 스타일의 정치를 펼칠지가 자못 궁금하다. 그러나 부시 당선자는 지한파(知韓派)라고까지 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한국에 대해서는 비교적 소상하게 알고 있다. 따라서 부시 당선자가 펴나갈 대한(對韓)정책은 일부의 우려처럼 급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착하고 소탈한 사람이다. 또 선이 굵고 단순명료하며 약속을 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꼼꼼히 챙기는 ‘실무형’이라기보다는 자신은 핵심원칙만 정하고 권한과 책임을 과감하게 하부에 위양하는 전형적인 ‘리더형’이다.

삼성반도체 오스틴공장 일로 텍사스 주지사인 부시 당선자를 몇 번 만났지만 그의 스타일은 언제나 간단 명료했다. 그는 “삼성반도체 오스틴 공장의 성공적인 운영이 텍사스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며 몇 마디 원칙만 강조하고 세부 사항은 참모들에게 일임했다.

텍사스 주정부의 업무처리도 상부의 지시에 일일이 복명하는 게 아니라 각자 알아서 삼성에 보탬이 되는 일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일이 관여하지 않고도 조직을 잘 이끌어 일을 성공으로 치르는 능력을 보고 그의 참다운 리더십에 감탄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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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당선자는 박찬호의 팬이기도 하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댈러스에 있는 야구팀 텍사스 레인저스의 구단주를 지낸 전력이 있는 그는 베이브 루스를 위시한 전설적인 야구선수들의 사인이 든 야구공과 유니폼 등으로 집무실의 벽 전면을 장식했다.

그는 “아직 찬호 박의 사인은 받지 못했다”면서도 박찬호의 승패 기록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텍사스주 출신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위한 기념비를 건립할 때에도 건립과정을 수시로 물어 보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기업과 한국인들에 대한 인상도 좋은 편이다. 연전에 오스틴에 관광차 들른 사람을 안내해 주청사에 갔을 때 우연히 마주친 그는 함께 간 사람이 사진을 같이 찍자고 요청하자 직접 사진기를 갖고 있는 옆 사람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는 등 친절을 베풀었다.

그는 매우 가정적인 사람이다. 부친인 부시 전대통령의 이름을 부를 때에는 언제나 ‘마이 굿 파더(My good father)’이고 어머니인 바버라 여사에 대해서도 ‘마이 굿 마더’라는 수식어를 빼먹는 법이 없다.

사람을 알려면 그의 친구를 보라는 말도 있지만 주위의 참모들을 보면 부시 당선자의 통치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다. 참모의 대부분이 오랜 친구이거나 지사 취임 당시부터의 참모들이다. 러닝 메이트인 딕 체니 부통령 당선자는 물론 돈 애덤스 선거대책본부장, 플로리다주의 법정공방을 총지휘한 제임스 베이커 전국무장관,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앤드루 카드 전교통장관 등 모두가 부시 집안과는 수십년 지기이다.

인간관계를 중시해 한번 친분을 맺으면 오랫동안 교류하고 참모를 신뢰하고 하부에 권한을 위양함으로써 아랫사람들의 잠재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전형적인 리더형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선거대책본부의 대변인으로 명성을 떨친 캐런 휴스도 1994년 지사 취임 이전부터 그의 대변인이었다.

향후 그의 정책방향을 가늠한다면 외교 국방과 통상은 로널드 레이건 전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 시대의 정책과 유사할 것으로 보이지만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국내정치는 감세, 세출억제를 지향하면서 민간부문을 중시하는 자율경제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정적이고 인간적인 그의 성품상 교육과 노인복지 문제에도 큰 업적을 남길 것으로 믿는다.

이승환(삼성전자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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