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佛 각료 기후협약 실패놓고 인신공격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8시 38분


같은 서방 국가이면서도 국제 외교무대에서 심심찮게 대립해 온 영국과 프랑스가 이번에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실패를 놓고 상호 비방전을 펼쳤다.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폐막된 유엔 기후회의에서 유럽연합(EU) 의장국으로 EU 대표단을 이끌었던 도미니크 부아네 프랑스 환경장관과 영국 대표였던 존 프레스컷 부총리는 회의 결렬의 책임을 상대방에 떠넘기며 서로를 공격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프레스컷 부총리. 그는 26일 영국 BBC 방송 라디오4의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 자신이 중재에 나서 가까스로 미국과 절충안을 마련했으나 “부아네장관이 2주일동안 줄곧 회의에 참석하느라고 너무 지쳐 있는데다 복잡한 절충안의 세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절충안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프레스컷 부총리는 이어 “부아네장관은 온실가스 감축 협상의 복잡한 세부 조항을 이해하지 못해 당황하고 허둥대는 나약하고 지친 여성에 불과했다”고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이에 발끈한 부아네장관은 27일 프랑스 앵테르 라디오와의 회견에서 “프레스컷 부총리의 발언은 내용면에서나 형식면에서 자격 미달”이라고 반박하면서 “대다수 유럽국가들이 그의 절충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미국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부아네장관은 “프레스컷부총리는 고질적인 남성 우월주의자”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유엔 기후회의는 탄소가 함유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기준으로 2012년까지 5.2% 감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97년 교토(京都)의정서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할 목적으로 열렸으나 미국과 EU의 이견으로 합의안 마련에 실패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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