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선 어떻게 되나]연방 대법 '손개표 판결'당락 분수령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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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의 향방이 공화당 후보인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의 당선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그러나 플로리다주의 부시 후보의 승리 선언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양당의 다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부시 후보는 26일 승리를 선언하면서도 ‘대통령 당선자(Pre―sident elect)’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그의 참모들도 당분간 그를 ‘주지사’로 부르겠다고 밝혔다.

미 언론과 행정부도 부시 후보가 26일 당선을 자임하며 정권인수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계속 전개될 양당의 다툼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예상할 수 없어 부시의 당선이 확정됐다고 못박지 못했다.

법률적인 측면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공화당의 상고에 따라 다음달 1일 열리는 연방대법원의 심리이다. 연방대법원은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팜비치 카운티 등의 수작업 재검표를 최종개표결과에 반영하도록 결정한 것이 연방헌법에 어긋나는지를 가리기 위해 이날 공화 민주 양당의 변론을 들을 예정이다.

만일 연방대법원이 수작업 재검표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릴 경우엔 기계를 통한 개표작업에서 앞선 부시 후보의 승리가 그대로 확정된다. 이는 민주당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한 공화당이 기대하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반대로 연방대법원이 수작업 재검표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민주당측 손을 들어준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민주당은 수작업 재검표를 중도에 중단한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와 이른바 ‘보조개 표’를 유효표로 인정하지 않은 팜비치 카운티 등을 상대로 이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에 박차를 가할 것이 분명하므로 결국 주 법원에서 개표논란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다음달 초로 예상되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는 예단키 어렵다. 연방 대법원은 전적으로 주(州)의 권하는 속하는 선거문제에 관해서는 주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지만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적극적인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뉴욕대 법대의 스티븐 길러스 교수는 “이번 소송은 연방헌법에 관해 한 세기에 한번쯤이나 제기될만한 중대성을 갖는다”며 “대법관들이 이례적으로 주 선거문제에 관한 심리를 여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민주당이 현재의 판세를 뒤집고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연방 대법원으로부터 수작업 재검표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판결을 얻어 낸 뒤 다시 플로리다주 법원의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등의 수작업 재검표 재개 소송에서 이겨야 한다. 그 후 실제 재검표에서 부시 후보보다 많은 표를 얻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무척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시기가 문제일 뿐 결국 고어 후보가 패배를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만일 고어 후보가 법정 다툼을 통해 기사회생해 승리하게 될 경우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플로리다주 의회가 개표결과를 인정치 않고 독자적으로 선거인단을 선출하려 할 개연성도 있다. 선거법에는 다음달 12일까지 선거인단이 선출되지 못하면 주 의회가 선거인단을 선출할 수 있게 돼 있다.

플로리다주 의회가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인단을 구성하면 선거인단의 대통령 투표(다음달 12일)결과를 인증하기 위해 내년 1월5일 열리는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격론이 벌어질 수도 있다. 상하원 합동회의는 특정 주의 선거인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무효화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민주당측에선 플로리다주 선거인단의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플로리다주 선거인단이 무효가 되면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수 확보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또 논란이 된다. 전체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수를 적용하면 두 후보 모두 기준에 미달돼 하원에서 대통령을 선출케 되므로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유리하다.

그러나 플로리다주를 뺀 513명만을 기준으로 하면 선거인단 267명을 확보한 고어 후보가 246명을 확보한 부시 후보를 꺾고 과반선(256명)을 넘겨 극적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차기 대통령 확정이 내년 1월초로 넘어가는 사태도 현재로선 완전히 배제키 어려운 실정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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