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보너스 돈벼락'…약세장 불구 최고 순익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23분


‘폭락장세에 웬 돈벼락.’ 올해 미국 증권시장은 10년래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월스트리트의 증권업계 종사자들은 큰 손해를 본 개인투자자들과 대조적으로 그 어느 해보다도 따뜻한 겨울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에서 일하는 20여만명의 은행원들과 주식 중개인들, 애널리스트들과 각종 지원부서 사무원들은 하반기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보너스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00만달러(약 58억원)짜리 수표를 기대하는 수석 투자전략가에서 8500달러(약 980만원)가 든 두둑한 보너스 봉투를 기다리는 초년병에 이르기까지 월가의 모든 종사자는 곧 있을 사상 최대 규모의 보너스 잔치에 한껏 마음이 부풀어 있다.

월가의 실적은 지난해 하반기에 비교하면 분명히 나빠졌지만 전체 거래량과 신규등록 업체, 인수합병 건수 등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증권업계는 1∼9월중에만 1850억달러(약 214조원) 매출에 183억달러(약 21조원)의 세전이익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전체실적을 초과한 것이며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월가는 증권업계에 근무하는 모든 종사자에게 연봉의 25∼30%에 이르는 연말 보너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을 갖게 됐고 일류 애널리스트들은 연봉의 평균 2.5배에 이르는 두둑한 보너스를 챙길 수 있게 됐다.

연말 보너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뉴욕시 맨해튼 5번가 보석상들의 3·4분기(7∼9월)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1%, 고급 패션 지역인 5번가 고급 백화점들의 1∼9월중 매출은 13% 증가하는 등 사치품 판매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9%, 나스닥 지수는 29%나 하락해 2000년은 1990년이래 최악의 약세장을 보인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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