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내각불신임 부결 파동, 자민당 중진들 위상 변화

  • 입력 2000년 11월 21일 01시 19분


일본 모리 요시로(森喜朗)내각의 퇴진을 둘러싼 집권 자민당의 권력투쟁은 싱겁게 막을 내렸지만 중진 정치가들의 ‘몸값’을 크게 변화시켰다.

우선 반기를 들었다가 표결 일보 직전에 몸을 뺀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전 간사장은 ‘결단력 없는 정치가’로 낙인이 찍히게 됐다. 가토 전간사장은 늘 ‘총리감 1위’, ‘당내 최고의 정책통’으로 불려왔다. 동시에 ‘우유부단하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반기를 들었을 때 “가토에게도 저런 면이 있었나”라는 평가와 함께 주목을 모았다. 그러나 ‘혹시’ 하던 기대는 ‘역시’로 끝났다.

그는 또 45명인 자파 내에서도 권위를 잃게 됐다. 그는 표결이 있던 20일 오전에는 “100% 이길 자신이 있다”고 공언했으나 한나절도 지나지 않아 이를 번복했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대장상과 이케다 유키히코(池田行彦)전 외상 등 자파 소속 중진의원 10여명이 가토씨의 방침에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도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

가토씨에게 동조했던 야마사키 다쿠(山崎拓)전 정조회장도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됐다.

그는 가토씨의 맹우로 오랫동안 가토씨를 지지해 왔다. 다만 그는 ‘의리’를 중시하는 정치가라는 인식은 심어줬다.

모리 총리도 상처를 입었다. 그는 내각 불신임안이 부결됨에 따라 신임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류파 내에서도 ‘모리총리 불가론’이 나옴으로써 정권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 증명됐다.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간사장은 “역시 자민당의 실력자”라는 인상을 더욱 깊게 했다. 그는 권력투쟁의 와중에서 “불신임안에 찬성하면 제명하겠다”는 ‘채찍’과 “마지막까지 협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당근’으로 분당사태를 막았다. 그는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橋本·소속의원 60명)파의 실질적인 오너로서 그의 발언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달 초 내각 및 당 간부 인사에서 간사장직을 내놓겠다고 밝혔으나 모리총리는 유임을 원하고 있다.

차기 총리감으로 부상한 인물도 있다.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상과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전 외상,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모리파 회장이 그들이다.

그러나 고노 외상과 고무라 전외상은 파벌의 리더이긴 하지만 소속의원이 각각 12명에 불과한 군소파벌이어서 ‘평화시’에는 총리가 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이즈미 모리파 회장도 이번에 몸값이 올라가긴 했으나 당내 제3의 파벌에서 잇따라 총리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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