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여성회 자선바자회 열어 "정든 서울 사랑으로 갚으리"

  • 입력 2000년 11월 13일 18시 59분


“한국인들의 가장 큰 특징은 ‘Helpful(잘 도와주는)’이란 걸 서울에서 살면 살수록 느끼게 됩니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찬바람이 불수록 정은 더해질거라 믿어요.”

14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메리어트호텔 밀레니엄홀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여성회(SIWA) 자선바자를 앞두고, 행사를 준비하는 외국여성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회장인 베브 파커 부인(남아프리카공화국)과 애드리안 브레넌 부인(미국)은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지하작업실에서 40여개국 회원들이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장식과 테이블보 과자 케이크 소시지, 거기다 희귀한 와인 도자기 미용제품 유명디자이너의 옷까지, 목록을 대조하며 일일이 포장하고 당일 행사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의견을 나누느라 여념이 없었다.

모두 800여명이 모인 SIWA의 70%는 한국주재 외교관과 외국 상사 직원부인들. 10여년 서울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부터 한국에 갓 도착한 이들까지 다양하게 섞여 있다.

한국이 외국기업하기 좋은 곳은 아니라고도 하지만 ‘그냥 살기’엔 참 좋은 곳이라는게 이들의 생활경험.

OB맥주―인터브루사 사장인 남편을 따라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둥지를 튼지 3년째라는 브레넌 부인은 “이사온 첫날 옆집 아주머니가 가져다준 ‘코리안 케이크’(떡)가 아직도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가회동은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이사온후 길이 새로 많이 정비됐다는 우스갯소리, 가구수가 많지 않아 다들 인사하며 지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쉬는 날엔 역시 동대문 남대문 쇼핑이 제격이에요.”

파커부인은 한국인들이 옆을 지날 때 무심코 밀치고 지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바쁜가 보다’하고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경지에 올랐다고 말했다.강남쪽 백화점은 좋긴 하지만 상품이며 매장 구성이 다 똑같아 별 특징이 없는게 좀 아쉽단다. 서울이 국제도시로 자리잡은 덕분에 회원들끼리 모이면 “요즘 택시잡기가 수월해졌다”는 얘기도 많이 나온다고 파커부인은 소개했다. ‘왼쪽 오른쪽 이쪽 저쪽’만 알면 대충 의사소통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팁을 줘도 사양하는 운전사가 많아 고향인 요하네스버그보다 살기가 더 편하다는 얘기.

“손자가 있는 60대”라며 한사코 나이 밝히기를 꺼리는 이들은 지난해 자원해서 서울시내 초등학교에서 영어강의도 하는 것으로 서울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회원들의 서울사랑이 듬뿍 담긴 이번 바자에는 세계 어느 나라나 갈 수 있는 항공권, 호텔숙박권, 선물세트 등 즉석경품도 500여개나 푸짐하게 나온다. 수익금은 전액 우리나라 40여개 복지단체 보육원 등에 보내진다. 행사는 오전 10시∼오후3시 진행되며 입장료는 7000원이다. 02―6282―6221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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