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大選에 재검표라니…”…내기 건 시민들 희비교차

  • 입력 2000년 11월 8일 23시 40분


“미국에도 재검표가 있다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검표 사태가 벌어지자 시민들은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하며 TV보도를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의 LG건설 직원들은 퇴근시간을 넘겨가며 TV를 지켜보다 사상 초유의 재검표 사태가 벌어지자 “얼마전 있었던 한국의 재검표가 생각난다”며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김격수 홍보과장은 “엎치락뒤치락하는 개표 과정이 재밌어 하루종일 눈을 뗄 수 없었다”며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여의도에 근무하는 회사원 한상덕(韓相德·33)씨는 “고어에 저녁 내기를 걸었는데 부시가 이겼다는 소식을 듣고 동료에게 저녁을 사주려고 식당에 갔다”며 “그런데 TV에서 재검표 뉴스를 보고 일단 밥값은 각자 계산하고 결과에 따라 밥값을 정산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LG필립스 해외영업팀 김성찬대리(32)는 “대북 관계 개선 등을 위해서도 내심 고어가 당선되기를 바랐는데 부시가 당선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실망했었다”며 재검표 결과 당선자가 바뀌는 이변을 한번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6급직원 윤제훈(尹濟勳·42)씨는 “부시에게 1만원을 걸었는데 재검표에 들어가자 동료가 돈을 주지 않아 받지 못했다”며 “결국 부시가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미국 대선결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증권사 직원들도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현대증권 허정달(許正達)차장은 “부시가 승리할 경우 주식 값이 오르고 고어가 이기면 채권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부시가 근소한 표 차로 이긴 줄 알고 퇴근했는데 재검표 소식을 들으니 가뜩이나 침체된 주식시장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서울 종로구 청진동 ‘남도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한 손님은 “미국에서도 재검표 사태가 벌어질 줄은 몰랐다”며 “부시가 당선돼 정권이 바뀌면 미국의 한반도 정책도 달라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친구 사이인 다른 손님이 “부시 후보가 근소한 차로 앞섰다지만 아버지 후광이 아니었으면 정반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황재성·이진영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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