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마지막 주말유세 표정

  • 입력 2000년 11월 5일 19시 30분


미국 대통령선거(7일)가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당락의 향배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는 폭로전과 음모론으로 맞서며 피 말리는 주말 막바지 총력 유세전을 펼쳤다.

○…부시진영은 선거 막판에 터진 부시 후보의 음주운전 전과사실이 득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4일 이를 정치음모로 몰아가며 역공에 나섰다.

부시 후보는 폭스TV와의 회견에서 “대부분의 미국인은 이를 더러운 정치술책이라고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분명한 것은 그 같은 사실을 공개한 사람이 민주당원이라는 점”이라고 주장. ABC방송의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91%가 이 문제가 투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어진영은 최근 부시 후보의 말실수를 물고늘어지며 부시의 자질을 문제삼는 TV광고를 격전지인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주에 내 보내는 등 자질론 부각에 힘을 집중.

고어 후보는 “부시 후보가 최근 사회보장제는 연방정부의 업무가 아니라고 말한 것은 무지의 결과”라며 “기본적인 것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그가 어떻게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느냐”고 공격.

○…4일 펜실베이니아주 글렌사이드 유세장에서 청중은 이날 54번째 생일을 맞은 부시 후보의 부인 로라 여사를 위해 ‘해피 버스데이’를 합창. 부시 후보는 부인에게 “30세가 된 기분이 어떠냐”고 농담을 건네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로라 여사는 8월 공화당 전당대회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가만히 옆에 서서 미소를 짓는 ‘조용한 내조’로 호응을 얻고 있다.

반면 고어 후보의 부인 티퍼 여사는 ‘치어 리더’라는 별명에 걸맞게 유세장에서 남편보다 먼저 연단에 올라 분위기를 띄우는 등 적극적인 편. 그녀는 남편의 ‘인간적 매력’이 부시 후보에 뒤진다는 여론이 일자 청중에게 “고어 후보는 내가 사랑하고 있으니 여러분은 그와 사랑에 빠질 필요가 없이 능력만을 보고 판단해 달라”고 요청.

○…고어 후보는 주말 아침 첫 유세를 고향인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마틴 루터 킹 3세 등 흑인유권자들과의 조찬기도회로 시작.

그는 참석자들에게 “화요일 아침, 태양이 떠오르기 전 여러분들은 멤피스 전역에서 ‘당신의 영혼이 투표장으로 가야할 시간이니 일어나십시오’라고 말할 것으로 믿는다”며 투표 참여를 독려. 킹3세는 “아버지 킹목사는 ‘기권하는 사람은 무력한 인간이고 투표장으로 가는 것은 우리가 가야할 가장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말했다”면서 “화요일은 심판의 날”이라고 주장.

○…두 후보는 경합지역 공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부시 후보는 4일 밤 동생이 주지사로 있음에도 열세인 플로리다주로 이동한 반면 고향인 테네시주에서 간발의 차로 밀리고 있는 고어 후보는 이 곳 유세에서 “여러분은 내 날개를 받쳐주는 바람과 같다”며 “나를 약간만 더 띄워달라”고 촉구.뉴욕타임스는 3일 기준으로 고어 후보가 하루 14시간을 공식 유세에 쏟고 1224마일을 이동하며 5개 시에서 유세를 벌인 반면 부시 후보는 11시간을 공식 유세에 사용, 611마일을 이동하며 3개 시에서 유세했다고 보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뉴욕시 할렘 등의 유세와 정례 주말 라디오 연설 등을 통해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와 고어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클린턴 대통령이 고어 후보의 우세가 확실한 뉴욕시를 찾은 것은 뉴욕주 상원의원에 출마한 부인 힐러리 여사를 위한 ‘마지막 외조용’이라고 꼬집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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