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생 "정치 관심없어"… 大選 임박불구 대다수 외면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8시 34분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정치가 너를 공격하게 된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시내에서 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칼리지파크 소재 메릴랜드대학의 생물학―심리학 빌딩에는 최근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정치에 관심을 두고 나아가 녹색당의 랠프 네이더 후보를 밀어야만 앞으로 정치에 속박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의 현수막이다.

왜 이런 현수막이 캠퍼스에 등장했을까. 전통적으로 정치에 가장 민감하고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조차 대선이 임박했는데도 불구하고 표면상으로는 별다른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학과 4학년인 아이샤 자릴(22)은 "난 이번 선거전에 뛰어든 정치인들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투표하지 않을 생각”이라면서 "그들은 권력을 좇는 사람들에 불과하고 당선되면 우리들의 호주머니나 털 것”이라고 말했다.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아 투표를 할 수 없게 된 학생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미 대학생들이 모두 대선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후보를 지지하자는 내용의 글이 대학가 곳곳에 분필 따위로 쓰여있을 뿐만 아니라 민주 공화 녹색당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학내에서 조직적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메릴랜드대학만 해도 앨 고어 후보와 네이더 후보가 직접 찾아와 유세를 하면서 학생들의 지지를 호소했다.조지 W 부시 후보가 텍사스주 지사로 있으면서 130차례나 사형집행을 승인한 것을 강하게 비판하는 문구가 대학내 길바닥에 쓰여 있기도 하지만 사형제도에 대해 좀더 적극적인 정당(공화당)을 지지하겠다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나이지리아에서 이민온 뒤 이번에 처음 투표하게 되는 치드마 우코하(18·컴퓨터공학 2년)는 "네이더에게 약간 마음이 가지만 될 사람을 밀어준다는 심정으로 고어에게 투표할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메릴랜드대 웹사이트가 실시한 모의투표에서는 고어 47%, 부시 31%, 네이더 20% 의 지지율 추이를 보이고 있다. 이 결과로만 보면 민주당 지지자가 가장 많아 보인다. 그러나 지난 여름 방학 때 민주당 진영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한 여학생은 "고어보다는 부시에게 더 마음이 끌린다”면서 "부시에게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제 커뮤니케이션 권위자인 레이 히버트 교수(70)는 "네이더 후보가 변수이기는 하지만 그가 누구의 표를 더 갉아먹을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면서 "대학생들이 과연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선거에서) 국제적인 변수들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투표할 것인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칼리지파크〓윤희상기자> internet@wan.um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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