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슬로 푸드상' 제정…전통음식 중요성 강조

  • 입력 2000년 10월 27일 18시 35분


24일 세계 최고(最古)의 대학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볼로냐대에서 세계 미각유산 보호에 헌신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슬로 푸드(Slow Food)상’이란 이색적인 상이 수여됐다.

캐나다 밴쿠버 원주민의 전통조리법을 재현한 낸시 터너, 터키 아나톨리아 지방의 희귀종 꿀벌을 멸종위기에서 구해낸 벨리 굴라스…. 수상자들은 세계 각지에서 잊혀진 전통조리법과 향료를 재현하거나 생물 보존에 힘써온 13개 개인과 단체.

시상식을 주관한 슬로 푸드운동의 카를로 페트리니회장(51)은 “사라져가는 전통음식을 보존하자는 취지에서 운동을 시작했다”며 “이 운동이 음식재료가 되는 동식물 고유품종 및 환경 보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 상을 제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페트리니회장은 86년 유서 깊은 로마 스페인광장 근처에 맥도날드 레스토랑이 생긴 데 격분, 고향인 피에트몬트의 브라에서 친구와 함께 음식의 동질화와 음식 생산의 세계화에 대항하는 단체를 창설했다. 단체 이름은 패스트 푸드의 전세계적 확산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슬로 푸드로, 로고는 인간을 즉흥적이고 성급하게 만드는 현대사회의 속도제일주의에 저항한다는 뜻에서 달팽이로 정했다.

음식 재료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 각 지방에 고유한 식도락 문화의 풍요로움을 재발견하자는 슬로 푸드운동의 취지에 많은 이들이 동참, 현재 35개국에 400개 지부 6만명의 회원을 둔 국제적 단체로 성장했다.

이 단체는 5개 언어로 와인가이드, 세계 향토음식 가이드 등 음식관련 잡지를 발간하고 있으며 격년으로 전통음식 축제를 열고 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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