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국가 자중지란 매파―비둘기파 공방

  • 입력 2000년 10월 23일 19시 08분


‘설상가상(雪上加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유혈분쟁이 격화함에 따라 아랍권의 내분도 점차 심해지고 있다.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리비아 이라크 등 ‘매파’와 평화를 강조하는 이집트 등 ‘비둘기파’가 대립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꼬일 대로 꼬인 중동평화의 전망은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더욱 어두워졌다.

이 같은 현상은 22일 폐막한 아랍정상회담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대신해 아랍정상회담에 참석한 압델 모네임 알 호니 리비아 대표는 21일 “아랍 정상들이 이스라엘에 지나치게 온건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회담장을 박차고 일어섰다.

이라크도 22일 이스라엘과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일부 아랍국의 온건 통치자들에 저항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라크는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누가 아랍권 국가들을 실망시키고 배반했는지알고 있다”며 “악과 음모의 편에 서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지도자들에게 강력히 저항하라”고 요구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아랍 정상들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해 준 것은 고맙지만 이스라엘을 배척하기 위한 실행안이 전혀 나오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중동의 이슬람 단체들과 아랍인들도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 단절 등 강력 대응에 실패한 아랍정상회담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집트에서는 대학생을 비롯한 수천명의 시위대가 “아랍군은 어디에 있느냐”고 외치며 아랍 정상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아랍권의 분열상을 은근히 반기는 눈치.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아랍인들에게 평화와 자제를 요구하는 균형잡힌 태도를 유지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거들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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