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이스라엘 대표부 폐쇄…카타르-오만도 "검토중"

  • 입력 2000년 10월 22일 23시 09분


튀니지 정부는 22일 아랍권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텔아비브와 튀니스의 양국 이익대표부를 즉각 폐쇄함으로써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단절키로 했다고 튀니지 국영 라디오방송이 외무부 성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튀니지와 이스라엘은 1996년 외교관계의 가장 낮은 단계인 이익대표부를 각각 설치했었다.

또 하마드 빈 자심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도 이날 수도 도하에 있는 이스라엘 무역대표부의 폐쇄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오만도 이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정상들은 22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팔레스타인 유혈분쟁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틀간의 긴급정상회담을 마치고 아랍국가들이 개별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제한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정상들은 당초 관심을 모았던 아랍권 전체의 제재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집트 요르단 등 온건파 아랍국가들이 전면적인 이스라엘 제재에 반대한데다 회담 주최국인 이집트 등은 전쟁이 대안이 아니며 평화만이 사태해결의 유일한 방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아랍정상들은 또 공동성명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보호를 위한 유엔 다국적군 파견 △팔레스타인 학살범 처벌을 위한 국제법정 설치 △팔레스타인 지원기금(10억달러 규모) 설치 등을 요구했다.

아랍정상회의 성명과 관련해 이스라엘은 “아랍정상회의가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고 환영했다.

아랍정상회의에서는 리비아 대표들이 21일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에 대해 지나치게 온건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회담장에서 퇴장했다.

이라크와 예멘도 이번 회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권의 ‘지하드(聖戰)’나 군사행동을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군 정예부대인 공화국 수비대 소속 함무라비 사단이 이스라엘과 근접해 있는 요르단 국경을 향해 이동중이며 미국은 추가 병력 이동이 있을 경우 이라크에 경고를 전달하기로 했다고 이스라엘의 하레츠지가 22일 보도했다.

특히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정상회담 기간 중 “이스라엘 주민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집단 학살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티파다(봉기)’가 앞으로 곳곳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는 21일 150만명의 시위대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대 이스라엘 항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랍정상회담중인 21일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주민간에 연쇄 유혈충돌이 발생, 팔레스타인 10대 소년 등 5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한 데 이어 22일에도 팔레스타인 주민 1명이 사망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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