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高금리-인플레이션 "美경제 폭풍전야"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8시 46분


월가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몰아칠 것인가.

최근 이틀간 미 증시의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는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그렇지만 고유가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등 경기침제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 연말에 미국의 주가가 급락하는 대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고 외신은 전했다.

21일 뉴욕타임스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10년 전 미 경기가 급속한 침체를 겪었을 때에도 고유가 인플레이션 금리인상의 삼박자가 작용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대통령 선거직후 경제기조가 변해 침체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미 경기침체의 가장 큰 복병은 고유가.

중동 사태 불안으로 최근 1∼2주 사이에 국제 유가는 배럴당 33∼35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프라마크 디시전 경제연구소의 앨런 시나이 수석분석가는 “중동 사태가 유가에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은 매우 크다”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결정이 없는 한 1년 내에 국제유가는 배럴당 40달러선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고유가 기조가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은 최근 1년여간 연이은 금리인상이 서서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

지난해 6월부터 여섯 차례 금리인상으로 금리는 1.75%포인트 뛰어올랐다. 금리인상은 경제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기보다 9∼12개월 뒤 서서히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금리 인상이 올 하반기 들어 경기위축 효과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고유가 사태가 터지면서 기업수익과 소비지출도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조짐도 여전하다.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0.5% 상승했으며 도매물가지수는 0.9% 뛰어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당초 월가의 예상치인 0.3%를 훨씬 웃도는 것.

경기침체의 삼박자가 작용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향후 금리조정을 어떻게 내릴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유가상승이 한편으로는 소비지출을 위축시키면서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분석가들은 “인플레이션 조짐 때문에 중앙은행이 경기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침체조짐이 더욱 확실하게 나타날 때만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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