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지하철 시리즈' 갈수도…안갈수도…

  • 입력 2000년 10월 19일 19시 16분


‘지하철 시리즈’가 힐러리 클린턴을 진퇴양난에 빠뜨렸다.

뉴욕주 상원의원에 출마한 힐러리씨는 44년만에 뉴욕에 연고를 둔 프로야구단 양키스와 메츠가 월드시리즈에 동반 진출함에 따라 선거전 막판에 예상치 못한 고민에 빠진 것.

뉴욕에 연고가 없어 ‘떠돌이 정치인’이란 비난을 받아온 힐러리씨의 입장에서는 이번 월드시리즈가 우세를 지켜온 선거 판세를 뒤흔들 돌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고 오갈 수 있는 뉴욕 시내의 두 구장에서 경기가 열려 ‘지하철 시리즈’로 불리는 이번 월드시리즈는 21∼29일까지 7전 4선승제로 진행된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5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에 연고가 없는 힐러리씨를 반대하는 뉴욕 시민들도 많아 경기장에 나가면 관중의 야유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피하자니 뉴욕의 타블로이드판 신문들이 ‘힐러리, 어디에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할 것이 불을 보듯 해 고심하고 있는 것.

힐러리씨는 뉴욕주 상원의원 출마를 결정한 뒤부터 뉴욕 무연고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뉴욕 양키스의 팬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월드시리즈에 우승한 양키스가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힐러리씨가 양키스 모자를 쓰고 나와 양키스 팬이라고 주장했다가 오히려 ‘속이 들여다보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힐러리씨의 상대후보인 공화당의 릭 라지오는 이런 상황을 선거전에 이용하고 있다. 그는 “(힐러리씨의 연고지 팀인) 커브스나 화이트삭스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아니다”며 힐러리씨측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라지오씨는 16일 밤 메츠의 경기를 관람하면서 관중들로부터 환호를 받아 ‘야유 테스트’를 통과해 느긋한 입장이다.

힐러리측 캠프는 진퇴양난의 상황을 돌파할 묘안을 짜내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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