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컨설팅업계 非MBA 열풍…매킨지 50% 차지

  • 입력 2000년 10월 3일 19시 19분


코멘트
미국 대형 컨설팅 업계가 경영대학원(MBA) 출신을 우대했던 관례에서 벗어나 의학 공학 철학 등 경영학 비전공자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컨설팅 업체는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에게 ‘미니 MBA’로 불리는 경영학 단기 교육을 실시해 높은 실적을 올림으로써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것이다.

보스턴 컨설팅이 운영하는 ‘비즈니스 에센셜 프로그램’에 등록한 50여명의 면면을 보면 의사 변호사 사회학자, 심지어 우주공학 박사까지 있다. 이들은 3주 동안 경제 금융 지도력 분야에 관해 집중 훈련을 받은 후 미 뉴욕, 캐나다 토론토, 일본 도쿄 등지의 사무소에 파견된다. 보스턴 컨설팅에 근무하는 컨설턴트 중 경영학 비전공자는 20% 정도. 컨설팅업체 부즈 앨런은 30%, 매킨지는 50%에 이른다.

매킨지의 라자 굽타 사장은 “경영학 비전공자의 비율이 5년전보다 4배 이상 늘었다”면서 “이는 경영학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실적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킨지사의 3년 이상 경력을 가진 경영학 비전공자의 평균임금은 전공자보다 10∼15% 높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고객의 주문 사항이 다양해지고 있어 해당 분야 전문 지식을 갖춘 경영학 비전공자가 오히려 유리할 때가 많은 것. 2년 과정의 MBA에서 공부한 사람보다 4∼5년간 전문 분야에서 활약해 본 비전공자의 분석 능력이 더 뛰어난 경우가 많기 때문.

뉴욕타임스는 컨설팅업계의 전공 파괴 현상은 경영학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MBA 무용론’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경영의 성공과 실패 요인을 사례 연구를 통해 가르쳐 온 MBA과정이 사교 장소로 변질되고 말았다는 말이 많다. 또 MBA가 기업의 고위급 간부로 진출하기 위한 ‘황금 여권’으로 전락했다는 비난도 있다. 미국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스탠퍼드와 펜실베이니아 와튼 경영대학원의 지원자가 각각 23%와 10% 떨어진 것도 MBA 무용론의 확산을 입증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