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사민당 슈트루크 원내총무 "南北통일 서두르지 말아야"

  • 입력 2000년 10월 2일 18시 40분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자신의 시도를 ‘작은 발걸음’이라고 표현했듯이 남북한 국민도 인내심을 갖고 작은 곳에서부터 한걸음 한걸음 (통일을) 이뤄 나가기를 바란다.”

독일 통일 10주년을 하루 앞둔 2일 독일 집권 사민당의 실세로 불리는 페터 슈트루크 하원 원내 총무(사진)가 방한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슈트루크 원내총무는 “지금 한국 내에는 통일에 대한 논의와 열기가 어느 때보다 높다”며 “독일이 통일과정에서 겪은 교훈을 한국민들이 듣고 싶다고 요청하면 얼마든지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방한 첫 날이던 1일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판문점을 찾았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냉전체제가 남아 있는 장소인 판문점을 둘러보니 독일 분단 당시의 모습이 새삼 기억에 떠올랐다. 이산가족 상봉과 경의선 부설 등 현재 남북한간에 진행되는 통일의 움직임이 좋은 결실을 맺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1989년 당시 하원의원으로 재직중이었다. “장벽 붕괴와 동서 베를린 개통 소식이 전해지자 의사당 내에 있던 모든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국가를 불렀던 기억이 아직도 뭉클한 감동으로 뇌리에 남아 있다.”

슈트루크 총무는 통일에 이르는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통일이 된 다음에도 동독 사회의 높은 실업률 등 문제가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독일 정부는 차근차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려는 입장이며 동서독 사람들간의 사고방식 차이는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 세대가 흘러가야 해소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을 가능하게 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브란트 전 총리의 동방정책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인내심을 갖고 (통일 문제에) 접근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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