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워싱턴]趙明祿 방미와 조용한 美언론

  • 입력 2000년 10월 2일 18시 36분


북한의 조명록(趙明祿)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키로 한 것은 북―미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중요한 사건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쪽에서의 평가일 뿐 미국 언론은 조부위원장의 방미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대조를 보인다.

미 국무부가 조부위원장의 방미를 전격적으로 발표한 지난달 29일 이를 보도한 미 언론 매체는 AP통신사와 CNN방송 등 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TV 방송은 이날 저녁과 밤 뉴스 시간에 이를 다루지 않았다.

미국의 대표적 신문인 뉴욕타임스의 30일자에도 이 기사는 실리지 않았다. ‘인쇄하기에 적합한 모든 뉴스(all the news that fit to print)’를 표방하는 타임스가 이를 보도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조부위원장의 방미가 뉴스 거리가 아님을 시사하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지는 30일자 워싱턴의 단신을 전하는 코너에 1단 기사로 조부위원장의 방미를 보도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 다음달 북한 관리 면담’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거의 눈에 안 띄게 편집돼 평범한 독자들이 이를 보고 북―미간에 중요한 진전이 있음을 이해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지난달 초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참석하려던 김영남(金永南)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아메리카 에어라인 항공의 검색에 항의, 방미를 취소했을 때도 미 언론은 이를 비중 있게 보도하지 않았다.

이 같은 미 언론의 태도는 미국이 북한의 핵, 미사일 등 군사적 위협 외에는 북한에 별 관심이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이는 북한에 관한 문제만은 아니다. 미국인들 가운데는 아직도 ‘사우스 코리아’와 ‘노스 코리아’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입장에선 미국이 가장 중요한 나라일 수 있지만 미국의 입장에선 남북한이 여러 나라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반도에 대한 이 같은 미국의 시각을 지켜보노라면 결국 남북 문제는 당사자인 남북이 주도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한기홍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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