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유로화 가입여부 투표…'유럽합중국' 탄생 갈림길

  • 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48분


28일 덴마크에서 유로화 가입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된다.

결과에 따라 최근 가치가 연이어 하락하고 있는 유로화의 위상은 물론 ‘유럽합중국’의 탄생 일정이 좌우된다고 할 만큼 중요한 투표다. 불가입으로 결론 나면 미가입국인 스웨덴과 2002년 총선 이후 국민투표로 유로화 가입을 결정키로 한 영국에도 반대 의견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거꾸로 덴마크의 유로화 가입이 확정되면 스웨덴과 영국에서도 가입론이 우세해져 결국 유럽연합(EU)의 정치적 통합, 즉 ‘유럽합중국’의 탄생이 한결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망〓덴마크의 한 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찬성 45%, 반대 43%로 나타났다. 갤럽조사는 반대 46%, 찬성 42%로 나타나 찬반의견이 거의 비슷하다. 부동표는 각각 12% 수준. 이에 따라 부동표의 향배에 따라 유로화 가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는 1992년 6월 국민투표에서도 유럽통합을 위한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비준을 거부, 다른 유럽국가의 애를 태웠던 일이 있다. 72년 이후 수 차례 실시된 유럽통합 관련 국민투표에서 덴마크는 한번도 ‘부드럽게’ 넘어간 적이 없어 이번에도 가입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분석도 있다.

▽찬반론〓우파를 중심으로 한 반대론자는 ‘사회복지천국’인 덴마크의 복지 수준이 유로화 가입의 영향으로 낮아질 것을 우려한다. 유럽 타국가로부터 이민자와 범죄자가 대거 몰려드는 상황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복지우선 정책을 지지해온 좌파나 복지 혜택을 많이 받아온 여성과 연금생활자, 빈곤계층에서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연금생활자는 유로화 약세 때문에 유로화로 연금을 받을 경우 구매력이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찬성론은 경기부양 효과에 대한 기대와 가입 거부시 유럽 내에서 외톨이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로 요약된다. 집권 사민당은 “유로화 가입시 2만개 일자리가 생기고 무역활동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대대적인 찬성 운동을 벌여왔다. 또 닐스 헬브이 피터슨 외무장관은 “유로화 가입을 거부하면 덴마크는 유럽에서 고립돼 이류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가입을 주장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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