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내년 3, 4월께 총선"…美-加 "이양절차 투명촉구"

입력 2000-09-18 19:33수정 2009-09-22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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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정국이 야당의원 매수 스캔들로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빠르면 6∼7개월 뒤 조기 총선이 치러질 것이라고 고위 관리가 17일 밝혔다.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의 전격적인 조기 총선 실시와 불출마 선언이 있은 다음날인 17일 알레한드로 아기나가 보건장관은 국무회의를 마친 뒤 “새 선거 일정과 후지모리 대통령의 사임 시기 등을 논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외신이 전했다.

또 수도 리마와 전국 각지에서는 이틀째 수만명이 참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전날에 이어 17일 오전부터 리마의 대통령궁 앞에 모인 수천명의 시위대는 후지모리의 신속한 사임과 즉각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시내 중심가에서는 자동차와 트럭들이 경적을 울리며 시위에 동참했으며 거리 곳곳에서 “우리는 자유다” “후지모리는 물러나라”는 구호가 울려퍼졌다. 미국을 방문중이던 야당 지도자 알레한드로 톨레도는 이날 리마공항에 도착, 수백명의 지지자들을 감싸안고 “나는 대통령이 되길 원하며 반드시 될 것”이라고 외쳤다.

이와 관련, 미국 백악관의 잭 시워트 대변인은 “페루 국민이 민주주의를 바라는 게 분명한 만큼 모두가 평화롭고 투명한 민주주의로의 이양 절차를 지지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도 “후지모리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후지모리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하며 페루가 민주주의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페루 언론은 “후지모리의 결단은 군부의 지지 철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정국 향배의 최대 변수인 군부가 아직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후지모리가 구체적인 사퇴 시한과 총선 일정을 제시하지 않은 점을 들어 후지모리의 조기 퇴진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톨레도 野당수 차기 대권 급부상▼

페루 최대 야당인 ‘페루의 가능성’ 당수인 알레한드로 톨레도(55)가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이 16일 정계 은퇴를 시사함에 따라 ‘차기 대통령’으로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원주민 인디오계인 그는 바닷가 빈민촌에서 16남매 중 9번째로 태어났다. 구두닦이 생활 등을 하며 미국 스탠퍼드대에 유학, 경제학박사 학위를 따낸 뒤 귀국해 정계에 뛰어들어 95년 대선에 처음 도전한 열정적인 인물. ‘촐로 엑시토소(성공한 혼혈 인디오)’로 불리기도 한다.

군부를 등에 업은 후지모리 독재정권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됐던 톨레도는 5월말 대선 결선투표에 불참했다. 부정선거에 들러리 서지 않겠다는 뜻이었으나 결과적으로 후지모리의 3선을 도왔다는 비판도 받았다.

톨레도는 대선 이후 국내외에서 후지모리 퇴진 투쟁을 계속했다. 유럽과 남미 각국을 돌며 페루의 민주화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7월말에는 수만명이 참가한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 방미중 후지모리 ‘정계 은퇴 시사’ 소식을 전해들은 톨레도는 17일 과도정부 구성과 야권 통합을 촉구한 뒤 귀국길에 올랐다. 그는 “야당은 결코 ‘마녀 사냥’을 계획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보수세력이 준동할 가능성도 경계했다.

전문가들은 재선거가 6개월 내에 치러지고 후지모리가 약속대로 출마하지 않으면 톨레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 확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톨레도가 발빠르게 ‘과도정부 구성’과 야권 통합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이 같은 정권교체에 대한 자신감 때문.

그러나 ‘외모와 혈통만을 앞세운 인기주의자’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아 관료와 경제계 등 기득권층의 반발을 무마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테이프' 유출 경위는?▼

페루의 독재자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간 58분짜리 비디오테이프는 어떻게 유출됐을까.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 국가정보부(NIS) 부장이 야당의원 알베르토 쿠오리를 매수해 탈당 약속을 받아내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는 정보기관 총수의 집무실에서 촬영된 것. 따라서 외부 침입자가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정보기관이 직접 녹화했던것으로 보인다. 매수를 시도한 의원이 말을 듣지 않을 경우 협박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다. 남미 독재국가에서는 정보기관이 야권인사를 만날 때 대개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해 두었다가 훗날 협박하는 데 쓰는 수법은 고전적인 일.

비디오테이프는 야당인 도덕회복전선(FIM)을 거쳐 유선방송 채널인 ‘카날 N’에 넘겨졌다는 게 정설이다. 최고정보책임자 집무실에서 촬영된 비디오테이프가 야당에 넘어갈 만큼 후지모리 정권에 틈이 생겼음을 뜻한다. FIM 소속 의원인 후지모리 대통령의 전처 수산나 히구치는 테이프 방영에 앞서 14일 “엄청난 내용의 비디오테이프가 있다”며 사태를 예고했었다. 페루의 주요 언론매체는 이 때문에 수산나와 잘 통하는 후지모리 측근이나 NIS 내부인사가 테이프를 빼돌렸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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