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비상]클린턴 긴급조치 검토…소폭 하락세

입력 2000-09-14 01:22수정 2009-09-22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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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12일 고유가에 대한 긴급조치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12일과 13일의 국제유가는 소폭의 하락세를 보였지만 배럴당 30달러 이상의 고공행진은 끝나지 않았다. 클린턴 대통령은 “현재의 기록적인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10월말까지 올 겨울용 난방유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런던 석유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0월 인도분은 장중 한때 전날보다 1달러 떨어진 31.65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12일에는 전날보다 0.9달러 하락한 32.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도 13일 오전 뉴욕 상품시장에서 전날보다 0.38달러 떨어진 33.90달러에 거래가 시작됐다. 12일 WTI는 전날보다 0.9달러 떨어진 34.2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12일과 13일의 이같은 국제유가 하락세는 클린턴 대통령의 긴급조치 검토 발언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추가 증산 시사에 영향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우디의 사우드 나세르 알 사바 석유장관은 13일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유가가 배럴당 25달러 이하로 떨어지길 원한다”며 추가 증산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발표한 하루 80만배럴 증산에서 20만배럴 정도 추가 증산되지 않는 한 국제유가 안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다음달 1일부터 OPEC가 증산에 들어가더라도 공급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올 겨울 난방유 부족사태는 필연적이란 우려도 많다.

영국 런던 세계에너지연구센터(CGES)의 레오 드롤러스 연구원은 “이번의 하루 80만배럴 증산 합의가 원유가를 30달러선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겠지만 겨울이 되면 원유가 폭등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OPEC의 증산폭에 대해 미국 독일 등 주요 석유 소비국은 불만을 갖고 있지만 산유국의 견해는 다르다. 알리 로드리게스 OPEC의장도 11일 유가가 올 겨울 배럴당 4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OPEC가 독자적으로 세계가 직면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현재 고유가는 석유공급의 부족이 아니라 석유소비국의 높은 세금 때문”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현재 유럽에서 원유가 폭등에 대한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는데 비해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에서는 직접적인 반응이 없다. 미국 내 소비 유가는 아직 최고였던 3월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기 때문. 또 일반인의 관심이 사상 최대의 경제호황과 대통령 선거에 쏠리고 있는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겨울철을 앞두고 국내 재고량 부족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 유가 폭등에 대한 대책 마련 압력이 사회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유가 인상이 국내 경제에 가져올 영향보다 수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몇차례의 오일쇼크를 거치며 에너지원에서 차지하는 원유 비중을 낮춰온 데다 해외 유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 또 현재 원유비축량도 120일분이나 돼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 다만 경기 회복세를 보여온 아시아 시장이 이번 유가 급등으로 위축되면 수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 관련부처의 관심은 이런 사정 때문에 단기대책보다는 천연가스자원 개발 등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에 쏠려 있다.

<백경학·이종훈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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