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고공행진]'제3의 오일쇼크' 닥치나?

  • 입력 2000년 9월 7일 18시 50분


《원유값이 연일 치솟으면서 주가 폭락사태로 이어지는 등 적신호가 켜졌다. 이러다간 3차 오일쇼크가 오는 게 아니냐는 염려마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7일 주식시장에서는 유류를 많이 쓰는 대한항공 주가가 폭락하는 등 유가쇼크로 하루 종일 증시가 비틀거렸다. 유가수준을 22달러선으로 놓고 거시경제정책을 수립한 정부도 고유가 장기화 가능성을 점치며 대책 마련에 부산한 움직임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고유가 쇼크 경제태풍 오나〓증시에서는 이미 유가파동이 벌어지고 있다. 7일 증시에서는 유가급등 소식 때문에 거래소와 코스닥지수가 하루종일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섰다는 우울한 소식에다 3분기부터 에너지 소비 시즌이 본격 도래해 고유가가 벌써부터 국가경제에 짙은 주름살을 지울 판이다. 에너지 다소비형 경제구조에다 원유 자급률이 1.7%에 그치는 우리 경제 체질상 유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 경제운용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유가 얼마까지 오를까〓10일 열리는 석유수출기구(OPEC) 회의가 관건이다. 정부는 이날 회의결과를 지켜본 뒤 유가정책을 수정할지 결정한다는 입장. OPEC에서 100만배럴 증산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 유가는 또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홍정기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부에서 OPEC국가들의 석유생산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심마저 일고 있다”며 “만약 증산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배럴당 40∼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고유가 한파 스스로 불렀다
유가폭등으로 제2 중동특수, 그림의 떡
[高유가 장기화 우려]연내 40~50달러까지 치솟을수도

▽거시지표 전면 수정 불가피〓정부는 8일 오전 이한동(李漢東)총리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국제유가 폭등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고 다각적인 에너지 절약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원유가 나오지 않는 국내 현실상 당장 할 수 있는 대책은 아끼는 것일 뿐. 유가가 오르면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투자 위축 △성장률 하락 △수입 증가 △수출 둔화 등 제반 거시경제지표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단순한 인플레를 넘어 자칫하다간 저성장 고물가 추세가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염려까지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제2의 외환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유가가 25% 오르면 경제성장률이 0.27% 하락하고 제조업 경상이익률은 0.5%포인트 감소한다고 추산했다. 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경상수지는 9.5억달러 줄어들고 물가는 0.09% 정도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미온적인 정부대응〓정부는 최근 대책 마련에 부심하지만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재경부는 이날 경제정책국 중심으로 유가급등이 거시지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느라 하루종일 대책회의를 열기에 바빴다. 그러나 일단은 10일 OPEC 유가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 거시지표를 수정할 상황인지에 대한 판단도 아직 서지 않는다는 것. 재경부 관계자는 “단기적인 유가흐름을 놓고 거시경제의 틀을 모두 흔들 상황은 아직 아니다”고 설명했다. 고유가를 예상해 지표를 수정했다가 다시 유가가 떨어지면 오히려 정책집행과정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1,2차 오일쇼크와 최근 유가급등 비교
구분1차오일쇼크
(73∼74년)
2차 오일쇼크
(79∼80년)
최근 유가급등
(99∼2000년)
유가급등 원인73년 10월 중동전쟁
아랍 엠바고
이란 혁명
이란 이라크전쟁
원유비축량 최저
OPEC 카르텔
유가상승폭4배(3→12달러)2.5배(14→35달러)3배(12→33달러)
하루공급부족량400만배럴200만∼350만배럴200만배럴
소비자물가상승률22.8%32.2%2.5%(예상)
경제성장률8.1%-2.7%8.5%(예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