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규모 방재훈련]재일동포들, 도쿄서 항의집회

  • 입력 2000년 9월 3일 18시 47분


도쿄도의 대규모 방재훈련에 대해 재일동포들은 강하게 반대했다.

간토(關東)대지진때 조선인들이 무차별 학살당한 사실을 일본인들에게 환기시키기 위해 매년 열리고 있는 ‘9·1집회’는 예정대로 1일 도쿄 시내에서 열렸다. 이 모임은 재일동포의 인권신장에 평생을 바친 최창화(崔昌華)목사가 시작한 것으로 올해로 26회째. 5년전 최목사가 타계한 이후에는 딸인 최선애(崔善愛·40·피아니스트)씨와 일본의 종교단체가 중심이 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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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재일동포 3세 신숙옥(辛淑玉·41·인재육성컨설턴트)씨는 색다른 방법으로 이번 방재훈련 방식에 대해 항의했다. 지금 일본에 필요한 것은 ‘제3국인’발언을 통해 노골적으로 외국인을 차별한 이시하라 지사가 실시한 이 같은 훈련보다 외국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라는 점을 강조한 것. 신씨는 이날 신주쿠(新宿)구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다문화 방재실험’을 했다. 신주쿠구는 100여개국 출신 2만3000여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는 일본 최대의 ‘이방지대’. 일본어로 훈련을 했을 때 외국인이 무엇을 이해하고 무엇을 이해하지 못하는지를 조사하는 실험이었다. 신씨는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일본인이라고 해서 살고 외국인이라고 해서 죽는다면 이는 일본의 수치”라며 “도쿄도 주최의 방재훈련과 우리의 방재실험 중 어느 것이 나은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신씨는 이에 앞서 지난달 15일부터 2일까지 다양한 국적의 가게가 밀집한 신오쿠보(新大久保) 등지에서 외국인이 이(異)문화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다문화 탐험대’ 행사도 가졌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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