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MD 배치 차기정권서 결정" 클린턴 공식발표

  • 입력 2000년 9월 2일 01시 41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1일 그동안 논란이 돼온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구축에 관한 결정을 차기 행정부에 넘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조지타운대학에서 국가안보에 관한 연설을 하면서 몇가지 초기 실험이 희망적이기는 하지만 NMD를 배치에 필요한 수십억달러의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책임있는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며 결정을 미룬 이유를 설명했다.

클린턴이 NMD 결정을 차기 행정부에 넘긴 것은 그 동안 시험발사의 잇단 실패로 NMD의 기술적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러시아 중국 등과의 외교적 마찰을 무릅쓰면서 무리수를 두지는 않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는 7월8일 등 최근 2차례의 NMD 관련 시험이 실패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NMD 비판론자들은 국방부가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2005년까지는 NMD를 구축해야 한다는 시한에 쫓겨 기술적으로 완전치 았은 NMD에 600억달러가 넘는 돈을 투입하려 한다고 비판해 왔다.

또 러시아가 NMD구축은 72년 미국과 구소련이 체결한 탄도탄미사일요격협정(ABM)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중국도 NMD는 사실상 북한을 구실로 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등 국제적인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은 것도 클린턴이 결정을 미룬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최근 남북 관계의 진전으로 한반도에서 북한의 위협이 감소함에 따라 NMD의 명분이 약해진 것도 이를 강행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클린턴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심각한 것이라고 하면서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 중단을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클린턴 행정부는 6일부터 8일까지 세계 각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엔에서 열리는 밀레니엄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적인 비난 여론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실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후보는 NMD 구축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클린턴 행정부에서의 국방력 약화를 공격해 왔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대선에서 주요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기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