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왜 오르나]공급부족에 투기자본 판쳐 상승

  • 입력 2000년 8월 31일 22시 12분


최근 국제 유가 급등은 ‘실물’에다 심리적인 요인까지 겹친 결과다.무엇보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이 빠듯한 점이 가격 상승의 1차적 요인이 되고 있다.여기에다 유가 불안 심리를 틈탄 국제투기자본의 기승이 상승세에 불을 지르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가져온 1차적 계기는 작년 3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97년말 이후 10달러 선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이 합의 이후 급상승세로 돌아섰다. ‘항상 깨지는 카르텔’이라는 비아냥을 듣던 OPEC였지만 이번의 합의는 견고했다.1년반 동안 준수율이 90% 이상이나 됐다.

당연히 세계 석유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줄어들었다.이를 반영하는 세계 석유재고는 올 상반기말 현재 작년보다 3억배럴 감소했다.특히 8월초 미국 원유재고는 24년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처럼 낮은 재고율은 정유업계가 수요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세계 정유업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단금리인상으로세계 경기가둔화되고소비가위축될 것으로 보고 원유비축량을늘리지않았다.그러나 예상과 달리 아시아와 유럽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요는 급증했다.

공급이 달린 석유시장에는 심리적 불안감이 확산됐다.사소한 악재라도 발생하면 유가는 급상승하곤 해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충분한 재고가 없으니 시장의 가격 완충기능도 약화되게 마련이다.게다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자본까지 끼여들어 시장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전문가들은 “투기자본에 의한 인상요인이 3,4달러는 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고유가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들어 유가안정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이런 예상은 현재까지는 빗나가고 있다.오히려 미국 무기업체들의 중동에 대한 무기수출을 위해 고유가를 방치하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하반기 국제 유가 동향은 이달 10일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가 가늠자다.여기에서 어느 정도의 증산이 결정되느냐가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한국석유공사는 “동절기 수요까지 감안하면 하루 50만 배럴 이상의 증산이 이뤄져야 유가 안정에 도움을 줄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그러나 사우디아아라비아는 증산을 주장하는 반면 베네수엘라 이란 등 강경파는 반대하고 있어 증산 합의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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