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총리 동독 버스투어…12일간 40개 도시 순회

  • 입력 2000년 8월 22일 19시 05분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가 동독지역을 누비고 있다.

슈뢰더 총리는 21일부터 무려 12일간 구동독 지역인 작센주 등 5개 연방주, 40개 도시를 버스로 순회하며 동독 재건과 이 지역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극우파 폭력을 근절하겠다는 청사진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번 버스투어는 무려 12일간 계속되는 대장정이다.

그는 21일 버스투어에 나서면서 “동독지역의 재건은 극우파 문제의 해결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극우폭력 근절 의지를 재천명했다고 ZDF방송과 쥐트도이체 차이퉁 등 독일언론이 전했다. 이날 오후 첫 방문지인 작센주 바트 엘스터와 플라우엔에 도착, 주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은 그는 “인종주의와 극우주의는 결코 동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독일 국민이 싸워야 할 적”이라고 강조했다.

90년 통일 이후 연방총리가 잠깐 동독지역을 방문한 경우는 많지만 이번처럼 전지역을 돌며 직접 주민과의 대화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독일언론은 슈뢰더 총리의 이번 방문을 빌리 브란트의 ‘신동방정책’에 비유하면서 “그의 동진은 외형적으로 극우파 문제를 내세웠지만 98년 9월 정권교체 이후 집권 2년을 맞는 슈뢰더총리의 자신감과 포부를 함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년 전 정권을 넘겨받을 때만 해도 446만명에 달했던 실업자가 최근 380만명으로 줄어들고 내년 경제성장률이 3.2%로 예견되면서 그의 지지도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헬무트 콜 전총리의 비자금사건을 계기로 집권 사민당(SPD)이 올들어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한데 고무된 슈뢰더 총리는 이번 순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2002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동독땅을 밟는 슈뢰더 총리의 마음이 결코 밝지만은 않다.

전체 실업률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동독지역의 실업률은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아이제나흐와 데사우 등 동독지역에서 번지고 있는 극우파의 유색인종에 대한 테러도 이 지역 주민의 상대적인 빈곤감을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슈뢰더총리는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동독지역 개발을 위한 재정지원 방안 등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지만 뜻대로 동독주민이 마음을 열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독일언론은 지금까지 점령자로 인식됐던 서독 출신 연방총리의 최초 방문이라는 점에서 지역갈등과 극우파문제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