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前총리, 통독기념식 일반하객자격 초청에 불참

  • 입력 2000년 8월 16일 18시 51분


독일 통일의 영웅, 헬무트 콜 전총리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재임중 200만마르크(약1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의회청문회에 나가야 했고 검찰수사 까지 받는 수모를 겪었던 그는 결국 독일통일 10주년 기념식에 조차 참석할 수 없게 됐다.

ZDF방송은 콜 전총리가 15일 베를린에서 열린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의 행사에서 통일 기념식 불참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콜은 이에 앞서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쿠르트 비덴코프 작센주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나에 대한 뜻깊은 배려는 이해하지만 이날 행사의 참여가 정치적인 논쟁으로 변모될 우려가 있어 불참한다 며 그간 수모를 겪은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통일 기념식은 10월 3일 드레스덴에서 열린다. 통일의 날은 독일 최대의 국경일.

통일의 주역이었던 콜이 기념식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배경은 이렇다. 주최측인 작센주 정부가 요하네스 라우 독일대통령과 자크 사라크 프랑스대통령,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동독총리를 귀빈으로 초청하면서 사실상 이날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콜을 일반하객으로 분류해 연설 기회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

콜에 대한 홀대소식이 전해지자 76년부터 22년간 콜이 총재를 역임했던 기독민주당(CDU)과 자매정당인 기독사회당(CSU)은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콜을 비난하던 태도를 바꿔 그를 감싸고 나섰다. CDU는 작센주 정부를 이끌고 있는 사회민주당(SPU)이 통일주역인 콜 전총리를 일부러 홀대하고 있다 며 비판했다. CDU 베를린지부도 콜이 불참하는 기념식은 의미가 없다 며 범야권에 대해 동반 불참을 제의하고 나서 주최측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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