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로금리' 신경전…경제각료등 앞다퉈 반대

  • 입력 2000년 8월 10일 18시 55분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정면 대립하고 있다.

하야미 마사루(速水優)일본은행총재가 1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지난해 2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제로 금리’를 해제하려 하자 정부측이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다.

이같은 대립은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한 양측의 판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야미 총재는 기업수익과 설비투자 부문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어 더 이상 금리를 동결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소고 백화점 도산 충격도 미미하다고 본다. 하야미 총재는 최근 국회 답변을 통해 이같은 견해를 거듭 강조하면서 제로금리 해제 의사를 강력히 피력했다.

이에 대해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대장상,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경제기획청장관,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자민당 정조회장은 입을 모아 시기상조라고 제동을 걸고 있다. 이들은 “현재 경기를 충분히 배려해 결정해 주길 바란다”며 하야미 총재를 압박하고 있다. 대장성은 의결연기청구권을 발동해서라도 일본은행이 제로 금리정책을 해제하지 못하도록 할 태세다.

제로 금리정책을 일본은행측은 ‘긴급조치’ 성격으로 판단하는 반면 정부측은 경기부양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야미 총재가 정부 견해와 배치된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은 일본은행이 기구의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야미 총재는 뚝심이 있는 인물로 유명하다.

일본은행이 제로 금리정책 해제를 강행하면 이는 정부와 직접 충돌한 희귀한 사례로 기록될 것 같다. 또 결과에 따라서 일본은행과 정부 중 어느 한쪽의 이미지는 심각한 정도로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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