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수하르토 마침내 斷罪 받을까?…검찰, 종신형 자신

  • 입력 2000년 8월 9일 01시 04분


마침내 법정에 서게 된 인도네시아의 독재자 수하르토 전대통령. 집권 32년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그에 대한 역사적 단죄(斷罪)가 이뤄질지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기소장에 나타난 수하르토의 부패행위는 자신이 이사장직을 맡았던 7개 자선재단을 통해 국가재산 5억7100만달러(약 6400억원)를 유용했다는 혐의.

검찰은 유죄선고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8개월에 걸쳐 작성한 수사기록만 3500쪽에 달하는 데다 법정에서 증언해줄 참고인 140명까지 확보했기 때문.

특히 검찰은 이번 사건을 전담할 베테랑급 공판검사 7명을 최근 임명, 인도네시아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을 단죄하고 말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수하르토에 대해 출국금지와 가택연금조치를 취하고 수차례에 걸친 방문조사와 압수수색을 벌여왔다. 그러나 검찰의 떠들썩한 수사에 대해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우선 기소 내용이 빈약해 재임 중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며 부정축재한 수백억달러의 재산을 친인척 명의로 빼돌리거나 해외에 은닉했을 것이라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재야법조계와 인권단체들은 검찰이 권력형 부패는 빼고 자선단체장 자격으로 횡령한 부분만 기소키로 한 것은 국민을 도탄에 빠뜨린 대가로 자신과 가족의 배를 불린 독재자에게 면죄부만 줄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부정부패의 ‘몸통’은 두고 ‘깃털’만 처벌하려는 정치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주장이다.

이달말 경 시작될 재판에 수하르토가 출석할지는 불투명하다. 변호인단이 “피고가 기억상실 증세를 보이는 등 치명적인 뇌손상을 입어 법정진술능력이 없다”며 “법률행위 무능력자에 대한 재판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궐석재판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자카르타포스트지는 최근 고등검찰청장이 “법원의 심리가 시작될 경우 수하르토를 법정에 강제 구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법정최고형인 종신형을 구형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고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게다가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수사착수 이전부터 ‘선고후 사면’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집권기반이 취약한 데다 군부 등 수하르토의 지지세력이 아직도 만만치 않아 무시할 수 없기 때문.

더구나 수하르토 처벌문제로 국론이 분열될 경우 아체 이리안자야 등지의 독립 운동 세력이 더욱 힘을 얻을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 감정을 고려해 일단 단죄는 하되 곧바로 사면해 정치적으로 타협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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