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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31일 23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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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후보로 출마한 페레스의 낙선에 따라 노동당 출신의 에후드 바라크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는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으면서 존속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바라크 총리는 페레스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더구나 1일 새벽에 진행된 바라크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 가결 여부에 따라 이스라엘 정국과 중동회담 분위기는 한층 암운은 드리울 전망이다.
카차브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유대인과 아랍인의 분열을 봉합해 화합을 이루는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팔레스타인 독립국 창설을 비롯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대폭 양보에 반대하는 강경입장을 취해왔다.
120명의 의원이 참여한 크네세트 1차 투표에서부터 카차브 후보는 60대 57표로 페레스를 눌렀다. 그러나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실시된 2차 투표에서 카차브는 페레스를 63대 57표로 물리쳤다고 아브라함 부르그 크네세트 의장이 발표했다.
내각 책임제인 이스라엘에서 의전적인 국가원수의 역할을 하는 대통령은 의회에서 선출된다. 이번 대통령 선출은 에제프 바이츠만 전 대통령이 유태계 프랑스 기업가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중도 하차하는 바람에 실시됐다.
1945년 이란에서 태어나 51년 이스라엘로 이주한 카차브는 어린 시절을 이민 캠프에서 보낸 뒤 예루살렘의 헤브루 대학에서 경제학과 역사학 학사학위를 따냈다. 그는 대학에서 리쿠드 당의 학생평의회 의장을 지낸 뒤 69년 약관 24세의 나이에 이스라엘 중남부의 키르야트 말라치 시의 시장으로 당선됐다.
77년에 처음 의원에 당선돼 크네세트에 진출한 뒤 주택건설차관 노동사회복지장관 운송장관 등을 지냈다. 그는 오랜 정치 경력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색깔이 없었다. 그런 무색무취한 이미지가 논란이 많았던 바이츠만 전 대통령에 비해 안정적 이라는 인상을 주어 득표에 도움이 됐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또한 최근 중동평화협상에서의 에후드 바라크의 양보가 노동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폭을 줄인 것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
한편 약관 29세에 이스라엘 국방장관을 지낸 페레스 전 총리는 이번 패배로 50년 정치 경력에서 가장 치욕적인 결과를 맞았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