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총리 신사참배' 추진

  • 입력 2000년 7월 12일 18시 55분


일본의 집권 자민당은 11일 ‘야스쿠니(靖國)신사 문제를 협의하는 의원 간담회’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내주 중 발족할 예정이다.

간담회는 총리가 전몰자의 위패를 모셔 놓은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 참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일본의 우익세력은 매년 ‘종전 기념일’인 8월15일에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 참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역대 총리는 대부분 주변국가의 반발을 우려해 이를 유보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도 내달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원간담회의 결성으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식 참배는 머지않아 실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식 참배는 국기 국가법 제정에 이어 ‘일본의 정체성을 되찾자’는 일본 우익의 주장이 마무리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자민당이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두 가지. 야스쿠니 신사를 특수법인으로 만들거나 신사 내의 A급 전범 위패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현재 종교법인으로 되어 있어 총리가 참배할 경우 정교분리를 규정한 헌법에 저촉된다는 의견이 많다. 특수법인으로 만들면 이런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아예 종교와 관련 없는 ‘국립묘지’로 만들자는 안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특수법인으로 바꾸면 행사 내용 자체가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신사 안에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전총리 등 14명의 A급 전범의 위패가 있다.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국가들은 일본 총리가 전범 위패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것은 일본이 과거 일으킨 전쟁의 침략성을 부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한다. 그래서 A급 전범의 위패를 옮기자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일본 내에는 “전승국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군사재판 결과를 그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반대하는 소리가 있다.의원간담회는 이같은 사정을 고려해 일본의 위신을 되도록 손상하지 않으면서 총리의 공식 참배를 실현하는 방안을 찾아낼 것으로 보인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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