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는 '준비된 대통령'…거국내각-부패척결 선언

  • 입력 2000년 7월 4일 18시 57분


71년 만의 역사적 정권교체를 이뤄낸 멕시코의 비센테 폭스 케사다 대통령당선자가 야심찬 국민화합책과 개혁 청사진을 잇따라 내놓으며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폭스가 이끄는 국민행동당(PAN)은 3일 개표가 완료된 상하원 선거에서 각각 39%, 40%의 득표율로 제1당으로 부상해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기반을 마련했다.

폭스는 이날 멕시코시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야 소속 정당을 따지지 않고 능력있는 인사로 거국 내각을 구성해 국민화합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그는 새 내각 구성은 신속하게 야당과 협의해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구성할 것이며 여성 각료도 상당수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경제부흥에 대한 국민 관심을 의식해 “미국 캐나다와 함께 유럽연합(EU)과 유사한 공동시장을 만드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12월1일 6년 임기의 대통령직에 취임할 폭스 당선자는 3일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도 경영자 출신답게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각료로 등용해 ‘기업 같은 정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폭스 본인이 부처별로 장관 후보자 3명을 직접 면담한 뒤 가장 경쟁력이 높은 인물을 뽑겠다고 밝혔다.

폭스는 3일 미 댈러스 모닝뉴스지와의 회견에서 미주와 중남미에 퍼져 있는 멕시코 동포 가운데서도 각료를 뽑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수백만명의 미국 거주 멕시코인 가운데서도 인재를 발탁할 생각”이라면서 “조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들을 통합하고 지원하는 조치가 절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폭스의 ‘멕시코 통합’ 작업은 오랜 일당 통치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국민 불안과 계층간 반목을 해소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폭스는 이와 함께 과감한 ‘과거 청산’을 통해 진정한 변화와 개혁을 유도한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3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국가투명위원회(NTC)’의 설치 구상이 바로 그것. 그는 “NTC는 과거 제도혁명당(PRI) 정권하에서 발생한 정치적 암살 사건이나 각종 부정부패 사건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마약 거래와 공무원 부패를 뿌리뽑기 위한 대대적인 법률 정비작업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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