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치원 졸업식 대학교 뺨친다…턱시도 차림 예사

  • 입력 2000년 6월 30일 19시 32분


미국 학부모들 사이에 유아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유치원 졸업식을 대학 졸업식처럼 요란하게 치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만 네댓살의 꼬마들이 사각모에 가운을 걸치고 ‘빛나는 졸업장’을 받는 모습은 최근 졸업 시즌을 맞은 미국의 많은 유치원에서 쉽게 눈에 띈다.

유치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졸업생 대표들은 턱시도와 드레스 차림으로 졸업사를 낭독하고 졸업 축하 파티에선 풍선과 물방울 거품을 요란하게 휘날리기도 한다.

졸업앨범을 제작하고 무더기로 상장을 주는 일도 많다. 일부 유치원은 졸업생 모두에게 최우등 졸업의 영예를 남발하기도 한다.

가족 친지들이 유치원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졸업식에 몰려가는 일도 잦다. 이른바 가문의 미래를 짊어진 자랑스러운 꼬마들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거나 열심히 비디오 촬영을 한다.

미 뉴욕타임스지는 지난달 29일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이런 풍속도를 1면에 소개하고 “아이들을 남보다 먼저 걷게 하고, 먼저 글을 깨우치게 하며, 장차 하버드대에 보내려 하는 부모들의 경쟁이 유치원 졸업식을 변하게 했다”고 진단했다.

이런 현상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 교육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이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격려해주고 자신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한다.

반면 부모들은 어린이들이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대학 졸업과 그 이후 사회생활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수많은 경쟁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미국의 유치원 졸업식이 한국과 다른 점은 아직은 대목을 노린 장삿속이 졸업 분위기를 흐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