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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16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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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전세계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예측 불가능한 은둔의 지도자’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대화가 가능한 열린 정치가’로 새롭게 인식되면서 NMD 추진 명분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군축전문가 존 월프스털은 16일 “더 이상 김정일을 ‘비이성적인 괴짜’로 부를 수 없게 됐다”며 NMD추진의 명분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지도 15일 김위원장의 언행이 NMD의 신속 배치를 주장하는데 원용돼 온 핵심 논리의 ‘김을 빼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동안 미국은 이른바 ‘불량 국가(rogue state)’들 중에서도 위험도가 더 큰 북한의 미사일에 대처하기 위해 2005년까지 알래스카 지역에 요격 미사일 100기를 수용할 수 있는 기지를 구축한다는 목표 아래 NMD를 적극 추진해 왔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이 북의 위협설을 유포시키는 속셈은 NMD체제를 구축해 미사일 독점권을 보유하고 세계에 대한 군사적 지배권을 확립하려는데 있다”며 반발해 왔다.
러시아 중국 유럽 등도 “‘방패’를 잘 만들면 ‘창’도 예리해지는 법”이라며 “NMD는 국제사회의 군축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7월경 열릴 예정인 러시아와 중국, 러시아와 북한간의 정상회담은 ‘NMD 반대 입장’을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P J 크롤리 대변인은 15일 남북간 화해 무드 진전에는 아랑곳없이 “북한의 위협에 대한 평가는 바뀐 것이 없다”며 NMD를 계속 추진할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남북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공동 선언한 한국 정부가 NMD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간의 대립속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부형권·이종훈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