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벤처巨富 “자선도 벤처”…30∼40대 기부금 급증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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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反戰)세대에서 자선(慈善)세대로.’

미국의 백만장자 대열에 대거 합류 중인 30∼40대 벤처 기업인들 가운데 개인보다는 사회를 위한 일에 돈을 쓰면서 보람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MSNBC방송은 12일 내년 한해 미국에서만 2000억달러(약 220조원)의 자선기금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자선기금 규모는 97년 이래 매년 150억달러(약 16조5000억원)씩 증가, 지난해에는 1900억달러(약 210조원)에 이르렀다.

자선단체들은 이 돈의 대부분이 빈곤 계층에 대한 생계 지원과 장학금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학교에 컴퓨터를 지원하거나 아프리카 등 최빈국에 식량을 원조하는 데도 적지 않은 돈이 쓰여질 계획.

기부금이 급증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경제호황과 인터넷산업 붐을 타고 ‘젊은 부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년 미국의 백만장자는 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89년의 300만명과 비교하면 3분의 2나 늘어난 수치.

주로 60년대에 태어난 신흥 백만장자들은 반전문화에 익숙하고 기성체제에 뿌리깊은 반감을 갖고 있다. 아주 짧은 시간에 주체하기 힘들 정도의 돈을 벌어 써야 할 곳을 고민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사회학자들은 “젊은 벤처 거부들은 기성세대와 달라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부의 세습보다 이익의 사회환원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것도 주목할 점”이라고 분석했다.

시카고 소재 JP모건 투자은행의 금융설계사 베스 로드리게스는 “인터넷으로 수천만달러를 번 30대 고객의 대부분은 수십만달러에서 수백만달러를 자선단체에 기부한다”면서 “가난한 학생을 찾아 익명으로 장학금을 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학교와 연구소에 거액을 기부하거나 각종 연구 지원을 위한 개인 재단을 설립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현재 미국에 있는 사설 재단은 4만4000여개로 1980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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