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분할 자초한 치명적 실수 6가지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세계 굴지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어쩌다가 법원의 분할 명령까지 받게 되었을까.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6월19일자)는 MS가 다음과 같은 6가지 치명적인 실수만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분할명령까지는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만한 태도▼MS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시종일관 법무부와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가 소프트웨어 산업에 ‘문외한’이라는 태도를 견지했다. 1998년 초 잭슨판사가 윈도95에 인터넷 브라우저를 끼워 팔지 말 것을 명령했을 때 MS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법원의 명령에 따르겠다며 기술적으로 결함이 있는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잭슨판사가 판결문에서 MS를 ‘신뢰할 수 없는’ 업체라고 부른 것을 보면 잭슨판사가 MS에 대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짐작할 수 있다.

▼법무부와의 협상 실패▼1998년 5월 MS는 법무부와 기소를 피할 수 있는 마지막 협상 기회를 가졌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법무부 관리들은 MS가 어떤 이유에선지 타협할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 해 5월18일 MS는 브라우저를 끼워 윈도98을 출시했고 법무부는 결국 MS를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사전심리 기회 묵살▼1998년 8월 사전심리에서 3명의 변호사와 함께 출석한 빌 게이츠는 따분하다는 듯 성의 있는 답변을 피했다. 때로는 정부측 변호사들에게 사소한 말싸움을 걸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법무부가 준비한 비디오테이프에 그대로 녹화됐고 정식재판이 시작된 뒤 법정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MS는 사전심리를 자사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힐 수 있는 기회로 이용하지 못한 것이다.

▼E메일에 남긴 흔적▼잭슨판사는 지난해 11월 MS의 독점금지법 위반 예비판결을 내릴 때 미 법무부가 증거로 제시한 E메일에 대해 장시간 설명했다. 잭슨판사는 윈도 개발자 중 한사람인 짐 알친이 쓴 이 E메일을 보고 MS가 익스플로러를 운영체제에 끼워 넣어 경쟁업체인 넷스케이프를 이기려 했다는 심증을 굳힌 것 같다.

▼현실 인식에 실패▼MS는 2월말부터 법무부와 최종 협상을 통해 담판을 지을 수 있었다. 이미 MS의 분할을 고려하고 있던 법무부는 MS가 결정적인 타협안을 제시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MS안은 법무부의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재판이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 타협에 실패한 MS에 잭슨판사는 가혹한 판결로 응답했다.

▼마지막 기회도 놓쳐▼잭슨판사가 2월 법무부와 MS의 중재를 위해 지명한 리처드 포스너 판사는 법무부측에 ‘MS를 분할하지 않는 중재안에 찬성하겠느냐’는 의사를 타진한 만큼 MS에 호의적이었다. 법무부는 ‘MS가 여러 가지 조치를 실행에 옮긴다면 찬성하겠다’고까지 했지만 MS는 이 기회마저 살리지 못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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