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MD 치명적 결함"…NYT "국방부서 은폐" 폭로

  • 입력 2000년 6월 9일 19시 41분


미국이 추진중인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는데도 미 국방부가 이런 사실을 숨겨왔다고 뉴욕타임스지가 9일 폭로했다.

NMD는 이라크 이란 북한 등 이른바 '불량국가'들이 미국을 향해 발사하는 핵미사일을 공중에서 미사일로 요격해 떨어뜨린다는 군사전략. 미 국방부는 2005년 실전배치를 목표로 요격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레이건 행정부 때 군사고문이었던 시어도어 A 포스톨 MIT대학 교수가 입수한 5일자 미 국방부 내부보고서를 인용해 "요격미사일이 적의 핵탄두와 유인장치(decoy)를 구별해내지 못하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스톨 교수는 "1997년과 98년에 실시된 요격 실험에서 컴퓨터 센서를 통해 자체 항해하도록 고안된 요격미사일이 핵탄두와 유인장치에서 나오는 미열을 구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는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유인장치 수를 줄여 요격미사일이 쉽게 탄두를 맞출 수 있도록 조작해 두 차례 더 실험을 강행하는 등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

포스톨 교수는 "결론적으로 말해 실제상황이 벌어지면 현재의 요격체제로는 적의 핵탄두를 잡아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익명의 미 국방부 관리도 "지금까지 4차례 요격실험을 했지만 결점을 제대로 교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포스톨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곧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모두 600억달러(약 67조원)가 들어가는 NMD 실전배치 여부를 올해 안에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 관리들은 "포스톨 교수가 입수한 자료는 국방부의 것이 맞지만 요격미사일 실험은 성공적이었다"고 완강하게 주장했다.

미 국방부 내 탄도미사일방어기구 책임자인 로널드 카디쉬 공군중장은 "국방부는 실험결과를 속이지 않았으며 요격실험은 아주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요격 기술은 아주 어려운 작업이며 장차 더 정교하게 개발하기 위해 제한된 조건하에서 실험한 것일 뿐 실험을 계속하면 요격체제는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NMD계획이 탄도미사일방어(ABM)협정을 위반하고 있으며 이를 강행하면 군비경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 민주당 후보인 앨 고어 부통령은 "ABM 협정을 깨는 한이 있더라고 NMD는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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