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 女전사 자살공격…TNT 실은 트럭 몰고 돌진

  • 입력 2000년 6월 8일 19시 43분


체첸 여성들까지 자살폭탄공격과 저격으로 러시아군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7일 오후 2시(현지시간) 체첸 여성 2명이 TNT폭탄을 가득 실은 트럭을 몰고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서 서쪽으로 20㎞ 떨어진 알칸 유르트의 러시아군기지로 돌진했다. 체첸군은 이 ‘가미카제(神風)’ 공격으로 러시아군 27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측의 세르게이 야스트르젬브스키 체첸담당 대통령 보좌관은 “검문소를 경비하던 2명의 특수경찰(OMON)대원이 죽었다”며 폭탄공격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폭탄공격이 있은 후 곧바로 인근 숲 속에 숨어 있던 반군의 총격이 이어졌으나 2대의 헬기가 출동해 이를 물리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러시아군 당국은 “시신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됐지만 트럭을 몰고 돌진한 ‘테러범’은 여성이 아닌 남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체첸군은 자살공격을 감행한 여성 중 1명은 남부 산악지대에서 러시아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는 체첸군 야전지휘관 아르비 바라예프의 사촌여동생인 할라 바라예바(22)라고 밝혔다. 바라예바는 자살 공격을 앞두고 “알라신과 체첸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유언을 남겼다. 바라예프는 사촌동생의 죽음을 전해듣고 “‘영웅적 행동’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고 체첸군 소식통이 전했다.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공세로 궁지에 몰린 체첸군 지도자 샤밀 바사예프는 그동안 여러차례 “러시아군이 철수하지 않으면 이슬람 방식의 ‘목숨을 건 테러공격’으로 대항하겠다”고 위협했으나 실제로 이번 전쟁에서 ‘자폭(自爆)’ 공격이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4일에는 러시아군이 그로즈니에서 시가전 끝에 3명의 여성저격수를 생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평범한 가정주부로 집안에 무기를 숨긴 채 지나가는 러시아군에 총격을 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러시아는 체첸측이 여성을 저격병으로 이용해 러시아군을 기습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러시아군은 2월 그로즈니를 점령했으나 아직 시내 곳곳에는 500여명의 반군이 은신하고 있어 밤마다 치열한 총격전이 계속되고 있다.

개전 9개월째에 접어들면서 체첸전은 점차 게릴라전과 테러공격이 뒤섞인 비정규전으로 옮아가고 있다. 러시아는 체첸군이 94년 1차전처럼 인근의 러시아영내로 몰래 들어와 인질극과 폭탄테러를 벌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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