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訪러 실현될까?]러 언론 "푸틴 공식초청"

  • 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55분


교황의 러시아 방문이 이뤄질까. 이탈리아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톨릭교회와 러시아 정부의 숙원사업이 과연 성사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러시아 언론은 “푸틴이 5일 바티칸에서 교황을 접견한 자리에서 초청의사를 밝혔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교황청과 러시아 정부는 공동발표문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 관영 ORT방송은 “교황이 ‘러시아정교회의 초청이 있으면 가겠다’며 확답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가톨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정교회는 6일 “교황의 방문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불편한 기색이다. 러시아정교회 수장인 알렉시이 총주교는 “가톨릭과 정교회 사이의 갈등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넌지시 밝혔다.

역대 러시아 지도자 중 가장 독실한 정교도로 알려진 푸틴은 ‘교황을 만나기 위해서’ 취임 후 첫 서방 방문국으로 이탈리아를 선택했다. 종교적인 힘뿐만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도 막강한 가톨릭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절실했기 때문.

폴란드 출신의 요한 바오로 2세는 78년 교황으로 선출된 뒤부터 러시아 방문을 희망했다. 러시아측도 89년에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공산당 서기장이, 92년에는 보리스 옐친 전대통령이 교황을 초청하기도 했다.

교황의 러시아 방문은 냉전 당시에는 “가톨릭이 소비에트연방과 사회주의를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는 소련 내 강경파의 반대 등 정치적 이유, 소련 붕괴 뒤에는 가톨릭과 러시아정교회의 대립이라는 종교적 이유로 각각 무산됐다.

러시아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정교회와 가톨릭은 역사적으로도 오랜 반목을 계속해 왔으며 특히 최근 가톨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구 소련지역에서 적극적으로 교세를 확장하자 더욱 관계가 악화됐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