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서부 대개발]"실크로드 영화 다시 한번"

  • 입력 2000년 6월 5일 19시 25분


투루판(吐魯番)시 눙마오(農貿)시장. 포목 의류 식품 잡화점들이 모여 있는 최대의 시장이다.

전통모자를 팔고 있는 한 위구르족 상인은 한글이 새겨진 운동복을 입고 있다. 이 곳을 찾는 한국 관광객도 최근 많이 늘었다.

투루판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중부에 있는 인구 50만의 도시. 전체 주민의 74%가 위구르족으로 불리는 터키계. 투루판이라는 지명도 ‘움푹 꺼진 땅’이라는 뜻의 위구르어. 옛 중국인들이 ‘불의 땅(火州)’이라고 불렀던 이곳 고비사막 자락에서 이들은 목축과 포도농사를 지으며 이슬람신앙을 지켜왔다.

▼베이징 연결 교통망 확충▼

그러나 개혁 개방은 투루판의 위구르족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현대식 건물이 위구르 전통가옥을 빠르게 대체했다. 거리의 레코드가게에서는 감미로운 한족 노래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교통망이 확충되면서 투루판과 183㎞ 거리에 있는 중심도시 우루무치와의 거리도 한층 가까워졌다.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5시간 거리가 불과 2시간대로 좁혀졌다. 우루무치는 한족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행정도시.

베이징(北京)과도 가까워진 것은 마찬가지. 베이징-우루무치를 잇는 기차는 구간 복선화 등으로 3일 걸리던 주파시간을 만 하루나 단축했다. 이로 인해 산둥(山東)성 수박, 하이난다오(海南島) 파인애플 등 남방산 과일이 투루판 거리에서 싼값에 팔리기 시작했다.

서부대개발은 이 곳을 더욱 ‘중국’에 가깝게 끌어당길 전망이다. 서부지역에는 만주족 등 일부 소수민족을 제외한 중국 내 소수민족 대다수가 살고 있다. 간쑤(甘肅)성에는 45개 민족이, 신장에는 30여개의 민족이 살고 있다. 신장에서는 그 중에서도 위구르족이 47%, 카자흐족이 7%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소수민족이 이처럼 다수가 되다 보니 분리주의 움직임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위구르인들의 분리주의 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944년 당시 위구르인들은 신장 전체인구의 75%를 차지했다. 그러나 인민해방군 진주 이래 한족 인구가 끊임없이 늘어 현재는 신장인구의 38%가 한족이다.

▼개발가속…인종분포 변화▼

올부터 시작된 서부대개발로 한족 증가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 동부연안의 자본이 유입되면 동부의 경영 및 기술인력들도 함께 유입될 것이기 때문. 북부 신장에 있는 카라마이가 대표적인 사례. 준가르분지에서 석유가 발견된 뒤 카라마이는 한족도시로 탈바꿈했다.

서부대개발은 투루판의 민족 구성도 바꿔놓을 전망. 최근 투루판과 하미 일대에서 투하유전이 발견됐다. 이 곳으로도 한족 이민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대규모 가스전이 개발될 예정인 남부 신장의 타림분지도 마찬가지. 타림분지 가스전 개발과 이 천연가스를 동부 상하이(上海) 일대로 보내는 시치둥수(西氣東輸) 공정은 서부대개발 주요 프로젝트 중의 하나.

▼"분리주의 차단-사회통합"▼

서부대개발은 서부와 동부를 단순히 경제적으로 결합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한족의 대대적인 서부 이주를 통해 정치 사회적인 통합 및 안정까지 이끌어 낸다는 게 중국정부의 복안이다.

그러나 얽히고 설킨 이 곳의 민족문제가 그리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투루판 지역을 안내한 한족 가이드는 “한족과 위구르족은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교와 관습이 판이해 이들의 결혼이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서부 민족들은 중국인이 즐기는 돼지고기를 아예 먹지 않을 정도.

서부대개발이 과연 이곳의 복잡한 민족문제를 해결하는 동인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중국판 ‘인디언 레저베이션(보호구역)’을 만드는 것에 그칠지 중국 안팎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투루판〓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中 3단계 50년 야심적 개발계획 추진▼

서부대개발은 서부지역과 동부지역간 소득 및 개발에서의 격차를 줄여 중국사회를 현대화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 중국은 서부개발을 50년의 초장기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부터 2005년까지는 개발초기단계. 주요정책을 수립하고 기초시설(SOC) 건설을 가속화하는 기간. 2006년에서 2015년까지의 10년간이 대규모 개발단계다. 서부지역 투자 확대와 함께 중국판 ‘골드러시’가 본격화할 시기인 셈. 2016년부터 2050년까지는 전면발전단계로 자체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서부지역의 시장화 국제화를 강화하는 시기다.

중국은 이를 위해 올부터 세계은행 등 대외차관의 80%이상, 정부투자의 절반이상을 서부지역에 집중할 방침. 중국은 또 서부지역이 환경과 자원의 보고라고 보고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고 생태환경 보호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투자항목으로는 윈난(雲南)성은 열대 아열대의 풍부한 생물자원 개발, 쓰촨(四川)성은 가공공업, 산시(陝西)성은 항공우주산업 등 첨단기술산업,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는 면화와 토마토 천연가스, 간쑤(甘肅)성은 석유화학산업 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투루판〓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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