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증권]뉴욕發 첨단株 추락…도쿄 몸살―유럽 불안

  • 입력 2000년 5월 24일 20시 03분


▼美증시 왜 약세인가▼

추락하고 있는 미국 뉴욕 증시에서 23일 일부 첨단기술 관련 주식에 대한 투매현상까지 나타나 시장 불안감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특히 나스닥 주가는 연일 속락하면서 세계 각국 증시 첨단기술 관련주의 주가까지도 끌어내리고 있다.

미 증시전문가들은 나스닥시장의 주도로 거래소시장까지도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원인을 두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번째가 지난해 미국의 주가를 폭발적으로 끌어 올렸던 첨단기술 관련 주식들의 폭락. 시스코시스템스 마이크로시스템 오라클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컴퓨터 관련주들과 이베이 프라이스라인 등 인터넷 관련주의 주가가 말 그대로 추락하고 있다.

불과 50여일 전인 3월말에 비해 23일 현재 인텔 주가는 21%, 시스코는 26%, 마이크로소프트는 44%나 떨어졌다. 첨단 기술 관련주들은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른다지만 실제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과대평가됐다는 인식이 시장 내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또 미국 정부가 독점금지법 위반을 걸어 마이크로소프트를 2,3개로 강제 분할하려고 하는데 이어 17일 장거리통신서비스회사인 MCI월드컴와 스프린트의 합병에 대해서도 반대의사를 나타냄으로써 첨단기술주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 주가 폭락의 또다른 원인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언제 얼마나 더 올릴지에 대한 불안감이 주식시장을 억누르고 있다는 사실. FRB는 지난해 6월 연방기금 금리를 연 4.75%에서 5%로 올린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6차례나 금리를 인상, 연 6.5%까지 끌어올렸으면서도 아직 인플레 압력이 수그러들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1·4분기(1∼3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이미 5%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FRB는 지속가능한 성장수준을 3∼4%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증시전문가들은 경제를 연착륙시키려는 FRB의 추가 금리인상 우려가 없어지지 않는 한 약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푸르덴셜증권의 분석가 브라이언 피스코로스키는 “경기가 상당폭 수그러들 때까지는 FRB가 금리인상을 계속할 것이므로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메릴린치증권의 분석가 리처드 매케이브는 “투자자들은 나스닥지수의 심리적 저항선이었던3,200선이 무너지자 이제는 3,000선 붕괴까지 걱정하고 있다”고 시장 불안감을 전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日증시 대책은 없나▼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가 엿새째 하락하자 시장 주변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록 미국 증시의 영향이 크다고 해도 현재의 일본 주가는 국내 경기에 비해 지나치게 떨어져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의 주가하락에 대해 “닛케이평균주가 산정에 들어가는 종목을 첨단기술 관련주들을 중심으로 많이 교체했기 때문에 생긴 일시적 현상”이라고 해명할 뿐 별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증시정책이 공백상태여서 주가하락을 부채질한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4일 현재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지난달 12일 20,833.21엔으로 연중최고치를 기록한 뒤 불과 40여일 만에 4788.77엔(23.0%)이나 주저앉았다. 일본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제회복 기미가 가시화하면서 힘겹게 오름세를 유지했지만 최근의 가파른 하락으로 작년 5월말 수준으로 밀려났다.

일본 증시관계자들은 “일본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궤도에 들어섰는데도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 움직임에 과민할 정도로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경제연구소는 1∼3월중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2.4% 성장해 직전 6개월 동안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다고 발표했다. 일본 상장기업들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26.8% 증가했다. 1997년과 98년에는 오히려 연간 순익이 전년대비 감소했던 것에 비추어 실물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한 것.

그런데도 증시가 뉴욕 증시 동향에 따라 맥없이 내리막을 걷는 것은 국내 금융 및 재정정책이 불투명한 데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일부에서는 이제 바닥이 멀지 않다는 전망도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정책 공백이 장기화함으로써 증시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팔자’ 공세를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은 일본의 경제구조 개혁이 더 지지부진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모리내각은 지난달 초 출범한 뒤 고인이 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총리처럼 “경기회복에 모든 초점을 맞추겠다”고 하면서도 경제구조개혁 문제는 제쳐두고 총선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유럽서도 불안감 확산▼

영국 런던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던 서구 인터넷기업들이 최근 첨단기술주(株)의 급락 여파로 잇따라 상장을 연기하고 있다.

인터넷 은행인 에그(Egg)사는 23일 런던 증시 상장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에그사는 미국 프루덴셜 생명보험사의 자회사로 자금동원 규모가 20억파운드(약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지만 최근 몇개월간 인터넷 기업주를 중심으로 한 주가 급락이 이어지자 증시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상장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인터넷 방송사인 텔레시티도 22일 런던 증시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 텔레시티는 상장 대기 중인 기술주 가운데 최대 규모이며 시가총액이 7억파운드(약 1조4000억원)로 추산됐다.

텔레시티는 10일 예상주가가 11파운드(2만2000원)선이라고 발표했으나 이후 유럽 첨단기술주 주가지수인 테크마크가 19% 이상 떨어지는 등 증시가 불안정해지자 상장 연기를 결정했다.

인터넷 소매업체인 예스TV도 이같은 이유로 지난주 5억6000만파운드(약 1조1200억원) 규모의 상장을 연기했다.

국제 증시관계자들은 런던 증시의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 나스닥 증시가 3월10일 최고점에 달한 뒤 지금까지 주가 폭락이 이어지는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나스닥에서도 3월 이후 모두 40여개의 첨단기술 기업이 주식 상장을 연기했다.한편 올 3월 런던 증시 100대 기업 주가지수인 FTSE100에 처음으로 편입했던 통신 미디어 기술(TMT) 기업 8개 중 6개가 최근 기술주의 급락으로 3개월도 안돼 탈락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런던 증시가 23일 소프트웨어 보안업체인 볼티모 테크놀로지 등 6개 업체의 시가총액이 그동안 각각 수십억파운드나 줄어 6월의 분기별 조정에서 이들을 빼는 대신 임페리얼 토바코 등 이른바 ‘아날로그’ 업체를 FTSE100에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전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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