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T합의 의미]'핵 없는 세상' 실현까진 먼 길

  • 입력 2000년 5월 21일 19시 44분


'핵무기 없는 세계'는 가능할까.

20일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들이 6차 평가회의에서 '핵 보유국의 핵무기 완전 제거'에 합의함으로써 그런 세계를 향해 의미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70년 NPT 조약 발효 이후 비핵 국가들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핵 보유국들에 대해 "핵무기 완전 제거를 선언하라"고 촉구해왔다.

그러나 핵 보유국들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이를 거부, 비핵 국가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던 핵 보유국들이 핵무기 완전 제거를 수용한 것은 선언적으로나마 이를 밝히지 않을 경우 비핵 국가들의 핵 개발 움직임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NPT 가입국 가운데 비핵 국가들은 "핵 보유국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해주는 NPT 조약은 대표적인 불평등 조약"이라며 "핵 보유국이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평등한 조약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특히 98년 핵실험에 성공한 인도와 파키스탄이 NPT 조약의 불평등성을 이유로 조약 가입을 미루는 상황에서 핵 보유국들도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었다고 핵 전문가들은 전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문에 핵무기 완전 제거의 시기가 명시되지 않아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럽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회의에서 비핵 국가들은 "완전 제거의 시기를 명시하라"고 촉구했으나 핵 보유국들은 끝내 거부했다.

다만 이번 합의가 미국과 러시아 등 핵 강국의 핵 감축 노력을 더욱 촉진하는 촉매의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이 있는 북한 이란 이라크 리비아 등에 대한 억지 효과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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