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부실채권처리 상황]한국-말聯 비율 낮다

  • 입력 2000년 5월 15일 20시 52분


▼니혼게이자이 신문 조사▼

아시아 통화위기가 발생한 지 3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한국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5개국은 요즘 금융기관 통폐합이나 외국계 은행 유치를 통해 금융기관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조사한 아시아 5개국 금융상황에 따르면 부실채권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한국과 말레이시아. 두 나라는 통화위기 때 부실채권 비율이 20∼30%로 올라갔으나 최근 11.3%까지 떨어졌다.

한국은 통화위기 전 26개였던 은행을 17개로 줄였으며 종합금융회사는 30개에서 14개로 줄였다. 이 과정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565억달러(약 64조원).

말레이시아도 공적자금 84억링기트(약 22억달러)를 들여 상업은행 수를 22개에서 20개로, 기타 금융기관수를 73개에서 54개로 축소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외자에 의존하기보다는 정부주도로 통폐합을 더욱 가속화해 전체 금융기관을 10개 그룹으로 재편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印尼 태국 30% 넘어▼

필리핀은 금융통폐합이 별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았으며 상업은행이나 기타 금융기관 수도 그리 줄이지 않았다. 부실채권 비율은 통화위기 때(15∼25%)보다 약간 개선된 13.4%.

다만 필리핀 정부는 외국계 은행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은행에 대한 외국인출자 상한(현행 60%)을 대폭 높여 7년 안에 1개 은행에 한해 100% 출자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아직도 부실채권 비율이 30%를 넘어 경제위기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하기 힘든 형편이다.

▼외국계 은행 인수 급증▼

인도네시아 정부는 공적자금 510억1000만루피아(약 708억달러)를 투입해 통화위기 이전 237개에 달하던 은행을 161개로 통폐합했다.

그러나 부실채권 비율은 32.8%나 된다. 채무자들이 은행 빚을 갚지 않으려는 풍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달 4억달러를 지원할 예정이었지만 채무상환에 비협조적이란 이유로 융자를 연기했다.

인도네시아정부는 통화위기때 국유화한 12개 은행을 연내에 3개 은행으로 재편해 민영화할 방침이다.

태국의 경우 은행 부실채권 비율은 50∼70%에서 38.6%로 줄었지만 이는 각 은행이 자산관리회사를 신설해 부실채권을 떠넘기는 편법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이처럼 아시아 각국의 금융산업 여건이 좋아지자 외국계은행이 눈을 돌리고 있다. 태국의 경우 영국의 HSBC그룹이 최근 방콕메트로폴리탄은행을 인수하기로 합의하는 등 1998년 이후 5개 상업은행이 외국계로 넘어갔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