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紙 "AP 노근리 학살記事 빛 못볼뻔했다"

  • 입력 2000년 5월 15일 19시 48분


퓰리처상을 수상한 AP통신의 미군 노근리 학살사건 기사가 하마터면 빛을 보지 못하고 묵살될 뻔했었다고 뉴욕타임스지가 14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노근리 사건을 취재한 AP 기자들 및 편집간부와의 인터뷰를 통해 취재 비화를 밝히면서 편집간부를 상대로 한 취재팀의 줄기찬 설득과 당시 편집국장의 후원으로 학살기사가 전세계에 타전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AP의 노근리 학살사건 보도과정에서 가장 먼저 제동이 걸린 것은 특별취재팀이 구성돼 취재에 들어간지 11개월만인 지난해 3월.

특별취재팀의 찰스 헨리와 로버트 포트에 따르면 처음부터 이 사건의 보도가치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윌리엄 에이헌 당시 편집상무는 취재팀에 수차례 수정을 지시했으며 최종 수정된 기사에 대해서도 보도불가 방침을 밝혔다.

그러자 특별취재팀장을 맡고 있었던 포트가 루이스 보카르디 사장에게 보고했으나 사장 역시 우회적이나마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것. 당시는 베트남전에서 미군의 신경가스 사용에 관한 CNN보도가 오보로 판명돼 파문이 남아있던 시점이어서 AP 간부진은 관련자의 증언을 토대로 한 폭로기사에 부정적이었다.

포트는 결국 당시 편집국장이던 존 월먼 현 편집상무에게 마지막으로 도움을 청했고 월먼은 기사가 최종 보도되기까지 6개월동안 특별취재팀의 강력한 후견인이 돼줬다. 그 과정에서 특별취재팀은 노근리사건의 증인들이 CNN의 증인과 다르다는 점을 설명하는 메모를 제출해 편집진을 설득했다.

AP측은 최근 이 기사에 인용된 일부 참전군인들의 증언내용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충분히 검토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뉴욕타임스에 보도경위를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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