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조달시장 개척하기 나름…98년 2000억달러 규모

  • 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54분


치열한 경쟁에다 각종 무역장벽으로 갈수록 좁아져만 가는 미국시장. 그러나 새로 뚫을 수 있는 시장은 얼마든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미국 연방 및 주정부가 구매하는 각종 물품과 용역인 조달시장. 미국 조달시장은 98년에 2000억달러 이상으로 추산될 만큼 ‘빅 마켓’. 그동안은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 따라 외국에는 극히 폐쇄적인 시장이었으나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등으로 외국 업체의 진출 문호를 점차 넓히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국 기업들로서는 ‘뉴 마켓’으로 집중 공략해볼 만하다.

▼98년 2000억달러 규모▼

▽미지의 시장〓한국은 미국 조달시장에 대한 외국납품 실적으로만 따지면 독일에 이어 2위. 98년 기준으로 3억4400만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여기에는 주한 미군에 납품한 건물 원료 전기 등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전체의 5.6%(1900만달러)만 미국 현지로 수출하는 데 그쳤다.

이는 1차적으론 미국 조달시장의 폐쇄성 때문이지만 그만큼 ‘미지의 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탓도 크다. 지금까지 미국 조달시장은 전형적인 오프라인 거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발빠른 정보수집이 그만큼 중요하지만 이 부분이 취약한 국내업체들은 ‘어디서, 무엇을’ 사려고 하는지 몰라서 어려움을 겪었다. 주미 한국 통상전문가들은 “조달시장은 민간기업을 상대하는 것에 비해 초기 정보수집이 매우 중요하다”며 “상대적으로 한국업체들은 이 부분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한 국내업체는 재미교포 변호사로부터 조달 정보를 우연히 얻고 상당한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美관계자 "한국상품 괜찮다"▼

▽한발만 앞서나가면 된다〓그러나 미국조달시장의 진입장벽은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우리의 강점이 될 수 있다.

가령 품목별로 복잡한 규정을 수십개씩 달아놓은 점을 십분 활용해 치밀하게 준비하면 오히려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인터넷 거래 등 조달시장 환경의 변화를 먼저 읽고 한발 앞서나가는 전략도 필요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주최로 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첫 ‘미국조달시장 구매상담회’는 이런 가능성을 보여줬다.

황두연(黃斗淵)사장은 “당초 행사를 준비하면서 국내에서 참가 희망업체가 없어 애를 먹었지만 막상 상담회를 열고 보니 미국인들이 색다른 투자설명 방식에 관심을 보였다”고 자평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미국 조달당국 관계자들은 “‘괜찮은 품질에 저렴한 가격이 강점인 한국 상품은 특히 조달 물품으로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조달시장 공략의 측면지원에 나선 김영호(金泳鎬)산업자원부장관은 “수출이 어렵다고만 하지말고 새로운 시장을 찾아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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