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위성감청망 에셜론이용 산업스파이 활동" MSNBC방송 폭로

  • 입력 2000년 5월 8일 19시 47분


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가 민간업체의 해외 계약체결을 돕기 위해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을 통해 산업스파이 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미 MSNBC 방송 인터넷사이트가 7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최근 기밀이 해제된 CIA의 의회제출 문서에서 이같은 내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과 공동 운영하는 전화 팩스 E메일 등에 대한 세계적 위성감청망 ‘에셜론(Echelon)’ 등을 통해 미 정부가 ‘상업적인 첩보활동’을 해 온 사실도 일부 확인했다고 이 방송은 폭로했다.

▼외국기업 뇌물로비 추적▼

미국 정부는 에셜론의 존재 여부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으나, 미 기업과 해외계약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는 외국기업들의 뇌물제공 관행 등에 대해 정기적으로 추적해왔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고 이 방송은 밝혔다.

미 정보기관은 경쟁업체의 ‘뇌물 제공’ 등의 혐의를 빌미로 미 업체가 계약 수주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 행정부의 초기 17개월 동안 미 정보기관은 외국기업의 뇌물제공 등 불공정 사례 72건을 포착해 그 때마다 해당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미 정보기관들은 또 93, 94년 제3세계 국가에 미 경쟁업체의 비위행위 관련정보를 제공해 방산업체인 레이시언과 보잉, 휴즈 네트워크 시스템 등이 165억달러 어치의 계약을 따내도록 했다.

CIA 등은 정부 정보기관이 민간업체를 돕기 위해 산업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정책과 배치된다며 관련사실을 줄곧 부인해왔다. 오히려 프랑스 등 외국의 정보기관이 상업적 첩보활동을 벌였다고 비난해왔다.

▼美업체 수주계약 도와▼

보고서는 미 정보기관이 경쟁업체의 뇌물제공 등 불공정한 행위 등과 관련한 정보를 직접 미국 업체에 넘겨주지는 않았더라도 ‘걸러진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밝혔다.

에셜론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유럽의회에 제출한 바 있는 영국의 정보전문가 던컴 캠벨은 “이들 문서는 미국이 불법적인 뇌물관행을 적발하는 것보다 계약수주 자체에 더 관심을 갖고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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