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베이징]中노동절 7일 연휴로 '소비 늘리기'

  • 입력 2000년 5월 1일 19시 47분


1주일간 계속되는 중국의 황금연휴가 1일 시작됐다.

이번 연휴는 중국 공산화 이래 가장 긴 봄철 연휴. 중국 정부는 노동절 연휴를 3일로 늘리고 주말인 지난달 29일과 30일을 근무일로 하는 대신 이달 4일과 5일을 공휴일로 지정, 7일까지 휴일이 이어지도록 했다.

중국 정부가 노동절 연휴를 7일로 만든 것은 국민이 쉬다보면 여행도 가고 외출도 하며 돈을 쓰게 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98년 이래 계속된 디플레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 중 하나로 장기 연휴를 도입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공무원들의 봉급을 30% 인상하는 등 소비를 촉진시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한 각종 부양책을 동원하고 있다.

연휴가 길어지자 실제로 베이징(北京) 시민의 24%가 여행을 떠나는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1000만명 이상이 국내외 여행에 나섰다. 베이징과 상하이(上海) 등 주요 도시 주민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번 연휴에 가구당 1560위안(약 21만원)의 여행경비를 쓸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베이징에서 식품가공공장을 경영하고 있는 추이간(崔幹·37)도 쿤밍(昆明)으로 여행을 떠났다. 연휴로 공장 문을 닫아야 하는데다 외동딸이 다니는 학교마저 이례적으로 지난주 토요일과 일요일 정상수업을 하고는 1주일간의 긴 봄방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가 긴 연휴를 만든 것은 여행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돈을 쓰라는 뜻”이라며 “소비가 늘어야 그동안 침체됐던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연휴를 맞아 워낙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최근 중국에서는 ‘휴일경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디플레 탈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편이다.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는 1일 중국 국유기업이 보유한 유휴설비가 국유기업 전체 자산의 8%를 넘는 600억달러에 이른다며 국유기업 개혁이 난관에 봉착해 있다고 전했다. 생산설비에 대한 과잉투자로 인한 기업들의 출혈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 가전업체들은 4년째 계속하는TV 가격 인하 전쟁에 이어 최근에는 비디오 콤팩트 디스크(VCD)와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 플레이어 분야에서도 치열한 가격 인하 전쟁을 시작했다.

<이종환특파원> 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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