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급반등]NYT 향후 투자시각 분석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8분


지난 주 뉴욕 증시의 첨단기술주 폭락은 미 최고의 명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재학생들에게 심각한 고민거리를 안겨줬다.

지난해 이 대학 경영대학원 졸업생들은 35%가 기존 대기업 대신 닷컴 창업회사로 진로를 잡았다. 안정보다는 발전 가능성을 선택한 것. 올해도 그만한 수의 졸업생들이 신규 창업회사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요동치는 첨단기술주의 주가변동을 지켜본 뒤 이들의 결심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어느 닷컴 기업을 선택해야 할지도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미 뉴욕타임스지는 18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생의 고민을 사례로 앞세워 닷컴 회사들에 닥친 시련을 보도했다. 증시에서 전망없는 닷컴 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솎아내기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17일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급반등했다. 급반등을 주도한 것은 시스코시스템스 오라클 인텔처럼 굴지의 첨단기업들. ‘검증된 기업’들에만 투자가 집중되고 막연한 성장가능성만을 내세우는 회사들은 앞으로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철도가 처음 등장한 1840년대와 자동차가 상업화된 1900년대에도 일어났던 똑같은 솎아내기가 재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동차회사의 경우 당시에는 무려 3000여개가 난립했다.

투자연구회사인 테크놀로지 파트너의 리처드 새퍼 수석연구원은 “지금도 기술주가 25∼50% 가량 고평가돼 있기 때문에 하락요인은 충분하다”면서 “솎아내기는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하지만 벤처 캐피털이 몰려 있는 실리콘 밸리의 ‘월가’격인 샌드 힐 거리에는 동요의 기색이 별로 없다. 개인용 컴퓨터 회사들에 대한 비이성적인 투자 열기가 87년 주가대폭락을 통해 진정됐듯이 이번 주가대폭락을 통해 기업의 옥석을 가릴 건강한 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보기 때문이다. 지난 1,2년처럼 1년 만에 100%의 투자수익을 거두는 것 같은 ‘거품’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한다면 연 20%의 수익은 안정적으로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한달 사이에만도 102억달러(약 11조원)의 벤처 자금이 조성돼 630개 기업에 투자됐다. ‘피의 금요일’로 불린 14일 전날 상장된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제조회사 뉴앙스 커뮤니케이션은 개장일 기준 이틀 사이에 주가가 상장가의 두배로 치솟았다.

닷컴 기업의 재편은 ‘제2의 아마존닷컴’을 꿈꾸는 인터넷 소매업체들이 퇴조하고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회사들이 흥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건물의 기둥처럼 인터넷의 기본 골격을만드는 회사들에 투자가 집중되는 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내다봤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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